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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다섯번째 개인전, 현대인의 내면풍경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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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다섯번째 개인전, 현대인의 내면풍경 담아

입력
199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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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그림의 화두는 인간에 대한 탐구입니다. 「익명 인간」을 주제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욕망구조 속에 함몰돼가는 절망적 인간들의 모습을 묘사해 보았습니다』금호미술관 2층에서 5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허진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

페트병 의자 변기통 등 여러 사물을 통해, 또 교통표지판 숫자 바코드 등 현대사회의 여러 기호들을 통해, 감수성을 상실한 채 천박한 욕망 속에 부유하는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그린 「익명인간」 시리즈를 24일까지 선보인다.

시리즈 중 「현대십장생도Ⅱ」 「여로Ⅳ」 「생태순환도」 등에선 이미 지난해 시작한 「익명 인간」의 주제의식이 점점 강렬하고 풍부하게 표현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는 『과거 역사 속의 인간만 생각했다면 이젠 자연 속의 인간을 보게 됐다』면서 『노루 코끼리 등을 통해 동물의 왕국으로 돌아가고픈 인간의 무의식적 갈망을 이미지로 전개했다』고 말했다.

95년 한국일보 주최 제1회 청년작가 초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젊은 작가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허진씨는 남농 허건씨의 장손. 전통 남화의 세계를 화려하게 꽃피웠던 소치 허련_ 미산 허영_ 남농 허건으로 이어지는 허씨 일가의 화맥을 다시 잇고 있는 셈이다. 허건씨는 허경(전 한일은행 호남본부장)씨 등 3남을 두었으나 모두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허진씨는 허경씨의 외아들.

항생제 부작용으로 네살 때부터 난청(難聽)을 겪고 있지만 그가 『하늘만큼 고마운 존재』라 여기는 아내 김소연(31)씨의 상냥한 내조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오히려 지칠줄 모르는 왕성함으로 허씨 가문의 미술사적 위치를 더욱 더 단단히 굳히고 있다. 서울대 회화과 및 대학원 동양학과 졸업.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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