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대학로는 구조조정기죠. 노골적 상업화에 치여 몇년째 쌓여 온 더께가 걷혀가는 과정이랄까요』 최근 극단 오늘이 1박2일 밤을 새가며 벌였던 세미나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에서 나온 진단을 극단대표 김상렬(38)씨가 전했다.11일 함께 자리를 한 또래의 30대 연출가인 이성렬(37) 김종연(33)씨도 이 말에 공감한다. 셋이 함께 모이기는 처음. 잔뼈가 굵은 동네인 만큼 연극판을 알 만큼 안다. 연극판에서 알게 된 이성열, 김종연씨는 호형호제하는 사이. 김상렬씨의 전력은 독특하다. 성균관대 국문과 81학번으로 민중가요 등 문화운동 작업에 헌신했던 전교조 출신이다.
셋의 대학로 진단은 비슷하다. 『어설픈 의사(擬似) 리얼리즘극이 통하던 80년대는 갔다. 철저하리만치 개인적인 것에 몰입돼 있는 우리 시대를 읽어야 한다』 김상렬씨의 진단에 모두 공감한다.
이들은 배부르지 않아도 연극이 좋았던 IMF 이전을 「요순시대」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연극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무엇보다 대관료 문제. 하루 30만~40만원, 한달이면 1,000만~1,200만원. 연극 덕분에 땅값이 오른 대학로가 주인인 연극을 박대하는 현실은 연극인들을 괴롭힌다. 할 수만 있다면 강남의 유 시어터, 미아리의 활인, 죽산의 미추산방 등 탈대학로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뼈 있는 말도 나왔다.
이제 연극은 「가장 연극적인 무엇」으로 살아야만 한다. 이것은 연극이 고도 자본주의의 90년대를 관통하며 얻은 최대의 교훈이다. 이성열씨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연극이란 결국 비자본주의적 예술』이라며 연극적 집단성을 성취한 모범적 사례로서 극단 목화와 연희단거리패를 꼽는다.
선배 연극인들로부터 『너희 또래는 사상이 없다』는 지청구를 못이 박혀라 들으며 잔뼈가 굵은 이들은 『그러나 지금의 20대 연극인들은 무대에서 배우를 말려 죽이려든다』고 후배들을 비판한다. 영상과 컴퓨터 등 「매체」를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연극이 아니라 숫제 종합 퍼포먼스가 돼간다는 염려다.
그러나 기대 또한 크다. 연극 「택시 드리벌」로 일약 부각되더니 최근 영화 「간첩 리철진」까지 감독,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던 정진을 대표적 예로 꼽는다.
대학로로 상징되는 연극판이 쇠퇴기인지, 내성(耐性)을 길러나가는 단련기인지, 아니면 브로드웨이_오프 브로드웨이라는 구분법을 따라 재정비돼 가고 있는지 이들도 모른다. 단, 변해가는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접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의 화두였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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