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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박수근전,'가난'서 찾은 따뜻한 인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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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박수근전,'가난'서 찾은 따뜻한 인간애

입력
199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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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기와 해방, 그리고 6·25의 와중에서 너나할 것 없이 가난에 허위적거렸던 시절. 20세기 대표작가로, 사후에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더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박수근(1915~1965)도 가난의 굴레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끼니 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암울한 생활 속에서 그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의 우리 모습을 화폭에 반복해 담았다.이때문에 그는 「민족의 화가」, 「서민의 화가」로 불린다.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해보는 대규모 전시회 「우리의 화가_박수근」전이 16일부터 9월 19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린다. 유화 82점, 수채화 8점, 스케치 35점 등 총 125점이 전시돼 그의 개인전 규모로는 역대 최고.

「농악」 「시골집」 「나무」 「노상」 「노인과 소년들」 「초가집」 「나무와 두여인」에서 보여주듯 사회적 소외층과 빈곤층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는 가난이 사람을 각박하게 하거나 메마르게 하는 것만은 아님을 따뜻한 인간애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인간애의 원천은 이끼 낀 듯한 화강암의 질감을 연상케하는 마티에르(재질감)다. 생전에 작가는 『우리나라의 석탑, 석불 같은 데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끼며 조형화하고자 애썼다』고 밝혔다. 흰색 갈색 회색 검정 등 절제된 색채를 사용, 화면 겹겹이 덧칠해 이룩한 독특한 마티에르는 왜 그가 크리스티나 소더비 국제경매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유일한 한국 작가인지 를 알 수 있게 한다.

안소연 삼성미술관 책임연구원은 『그의 작품의 시료를 채취,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경우에 따라 달랐지만 8~10개 층의 화구층(畵具層)을 이룰 정도로 겹겹이 덧칠한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독특한 화강암적 마티에르는 모든 대상을 원근법을 무시하고 평면화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소와 유동」(62년)에서 보여주듯 노는 아이들의 머리 위에 금방 소가 뚝 떨어져 버릴 듯 싶을 정도로 원근법을 무시한 그의 평면적 기법은 아카데믹한 배경(강원도 양구 공립보통학교 졸업이 전부)이 전혀 없음에도 그가 20세기 서양미술사의 주요 흐름인 모더니즘을 한국적 조형주의로 호흡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결코 기름기를 느낄 수 없는 그의 한국적 그림 기법은 단지 유화물감으로 그렸다고 뭉뚱그려 서양화로 부르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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