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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입력
1999.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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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제 '이성과 혁명'1933년 독일 나치가 집권하자 미국 학자들은 나치즘의 정신적 뿌리로 헤겔을 지목했다. 헤겔의 국가철학이 히틀러의 손을 들어줬다고 의심했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 철학자 마르쿠제(1898~1979)는 그것이 오해임을 밝힐 필요를 느꼈다.

「이성과 혁명」은 헤겔을 구하려는 의도로 쓰여져 41년 뉴욕에서 출판됐다. 헤겔의 정치이론은 본질적으로 합리적인 반면 나치는 비합리적이며 따라서 헤겔을 전체주의와 결부시키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성과 혁명」은 1부 헤겔 철학의 기초, 2부 사회이론의 발전으로 구성돼있다. 마르쿠제는 헤겔·마르크스·현대사회이론의 발전과정을 추적하면서 콩트 이후 실증주의자들이 헤겔 철학의 급진적 요소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한다.

마르쿠제가 파악한 헤겔의 본질은 「부정의 철학」이다.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이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라는 헤겔의 유명한 명제는 이성과 현실의 변증법적 통일을 가리킨다. 비이성적인 현실은 이성에 합당해질 때까지 변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은 현실의 불합리를 부정한다. 이성은 부정을 낳고 부정은 비판을 낳고 비판은 혁명을 낳는다. 헤겔에 의하면 프랑스혁명은 이성이 궁극적으로 현실을 지배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었다. 마르쿠제는 『이성은 그 자신의 힘에 의해 사회의 비합리성을 배제하고 인류의 모든 억압자들을 타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실증주의는 현실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취하는 「긍정의 철학」이다. 콩트 이후 사회학은 이러한 실증주의의 영향 아래 하나의 경험과학으로 발전한 것이다. 마르쿠제는 실증철학은 경험적 사실을 초월하려는 시도를 단념시켜 주어진 사실에 만족하고 따르도록 강요한다고 비판한다.

「이성과 혁명」은 마르쿠제가 영어로 쓴 최초의 중요 저작이다. 이 책은 변증법과 헤겔·마르크스 철학을 영어권에 소개했고 지금도 이 분야 최고의 입문서 중 하나로 꼽힌다.

마르쿠제는 1898년 베를린의 부유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31년 호르크하이머가 프랑크푸르트대학에 설립한 사회연구소에 참여, 훗날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분류되는 비판이론의 대열에 합류했다. 34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철학은 60년대 학생운동으로 대표되는 신좌파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당시 학생운동의 3M은 마르크스, 모택동, 그리고 마르쿠제였다. 대표 저서로 「이성과 혁명」 외에 「일차원적 인간」 「에로스와 문명」등이 있다. 79년 사망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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