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당직개편은 인선 과정이 길었던 탓에 뒷얘기를 적지않게 남겼다. 지도부 일괄사퇴 후 4일 동안 총재권한대행의 유력한 대상자가 부각되면 곧바로 견제논리가 나오는 등 중진들 사이에 힘겨루기 양상마저 나타났다.○…당직자의 일괄사표가 있었던 8일에는 총재권한대행으로 이만섭(李萬燮)상임고문과 장을병(張乙炳)부총재가 부각됐다. 장부총재는 동교동 일각에서 1순위로 밀었다. 그러나 당 장악력이 문제된다는 지적에 따라 두 사람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자민련과의 내각제 협상을 고려, 한광옥(韓光玉)부총재가 유력한 카드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부총재가 대행이 될 경우 잦아들고 있는 재·보선 50억원설이 다시 쟁점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가능성이 적어졌다.
이에 따라 「구관이 명관」이라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됐고 조세형(趙世衡)전총재대행의 재기용이 점쳐졌다. 원외에서는 김원기(金元基)고문의 기용설이 퍼졌고 상대적으로 이만섭상임고문은 후순위로 처지는 분위기였다. 막판에 장을병부총재가 다시 떠올라 조세형전대행 김원기고문 이만섭고문 장을병부총재 의 4파전양상을 띠었다. 이중 조전대행은 「여권에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석달전 사퇴한 인사를 다시 기용하느냐」는 비판에 봉착할 수 있고 김고문은 제2기 노사정의 붕괴 등이 부담이 돼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한때 당과 청와대의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비상정국 돌파를 위한 특단의 카드로 「한화갑 대행」안이 급부상했으나 당내서열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돼 현실화하지 못했다.
○…청와대측은 이만섭대행으로 최종결정을 내린 뒤 공식 발표에 앞서 김중권비서실장을 통해 김종필(金鍾泌)총리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에게 먼저 통보, 김총리와 박총재를 우선적으로 챙기는 김대통령의 배려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이바람에 청와대출입기자들보다 총리실기자들이 먼저 이대행임명사실을 알게되는 일도 벌어졌다.
○…국민회의의 핵심당직인 3역의 면면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한화갑(韓和甲)총장은 인선초기 단계부터 사실상 독주양상을 보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실도 한총장을 1순위로,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을 2순위로 하는 의견을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의 임명은 임의장의 개혁적 이미지, 추진력등을 감안해 일찌감치 예견됐던 부분. 임의장은 한때 TK영입파 배려차원에서 장영철(張永喆)전의장의 유임가능성이 강력히 부상하는 바람에 후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TK출신 이대행의 임명이 장전의장에게는 불운의 변수로 작용, 결국 행운은 임의장 차지가 됐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