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국민회의 당직개편은 여권의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정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과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의 「더블 포스트」체제가 여권의 의사결정구조를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만섭(李萬燮)신임 총재대행은 「한·김」라인의 병풍 역할을 하고 큰 차원에서 정국운영의 방향을 잡아주는 여권의 어른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이에 비해 구체제에서는 비록 3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 한화갑 특보단장, 김중권실장의 3각 체제가 여권을 리드해 왔었다.「한·김 라인」에서도 상대적으로 한총장에게 상당한 비중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총장은 대야, 대자민련 관계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당정, 좁혀 말해 청와대와 당의 관계는 이전보다 당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는 상황을 내다볼 수 있다. 이대행, 한총장 모두 정치적인 발언·주도권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데다 현실적으로 나름의 영역까지 확보하고 있어 『청와대측이 상당히 버거운 상대를 만났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이대행은 국민신당 총재로 영입된 입장이어서 이전의 DJ가 거느렸던 부총재 출신 대행들과는 위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재야출신으로 강단이 있는 임채정(林采正)신임 정책위의장의 정부 부처 휘어잡기가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동교동계 내부에도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한총장이 권노갑(權魯甲)고문에 이어 동교동계 2인자의 위치를 굳혔고, 권고문 이후 동교동계의 좌장 자리를 놓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총장 인선을 앞두고 동교동계 내부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은 이런 시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국민신당 출신 등 영입파들이 동교동계와 함께 이번 인사 대상 당직을 반분하다시피 한 사실을 놓고 『핵심은 아니지만 영입파도 나름대로 여권내 한 블록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