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한 세기를, 1,000년의 캘린더를 넘기는 역사적 그 날에 문화적 이벤트가 없다면 공허한 일이다. 지난 천 년이 산업화의 시기였다면 새 천년의 키워드는 문화일 것이다.문화예술계가 새 천년을 맞는 준비에 바쁘다. 정부 차원에서는 새천년준비위원회가 평화 12대문 건립 등 다양한 사업계획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밀레니엄 기념 공연과 문화행사로 어떤 것들이 준비중인지 미리 살펴본다.
음악
음악 공연이 가장 풍성하다.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는 12월 31일 밤 「밀레니엄 송년의 밤」이 열린다. 유명 음악가들이 대거 출연, 역사적인 순간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맞는다. 오페라극장에서는 밀레니엄 기념 공연으로 11월 한 달 동안 「가을 오페라 페스티벌」이 예정돼 있다. 국내 최초로 매일 레퍼토리를 바꾸는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푸치니의 「나비부인」 「라보엠」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합창단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12월 10일부터 이틀 동안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한다. 밀레니엄이 예수 탄생 2,000년이 되는 해이기에 뜻깊다.
국악계에서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2월부터 「2000년을 여는 우리 소리의 향연」이란 제목으로 정기공연중이며 11월 30일까지 4회의 공연이 남아 있다.
전시
국립오페라단은 이색적인 전시회 「OPERA EXPO 1999!」를 준비중이다. 9월 1일부터 5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 로비에 국립오페라단이 62년 창립된 이후 공연한 70여편의 작품에 사용됐던 의상을 전시하는 행사. 「오델로」 「왕자호동」 등 주인공들의 의상을 관객이 직접 입어볼 수 있다. 과거 공연들의 포스터와 프로그램도 모아 전시한다. 한국의 현대 공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시원」 전시회를 2000년 2~4월 연다. 한국현대미술의 독창성과 창조성을 재발견하고 21세기 미술문화를 전망해 보는 기획. 내년 한해 동안에는「생활 속의 작은 미술관」행사도 펼친다. 미술품 감상이 국민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상화할 수 있도록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역과 공항, 여객터미널 등에 미술품 상설전시 공간을 마련한다.
미술협회가 준비하고 있는「한민족 미술문화 교류사업」도 관심을 끈다. 12월 1일부터 2000년 12월 31일까지 인터넷 상에 한민족 사이버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남북한간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21세기의 문화 수용자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다. 남북한 및 재외 한민족 미술가 1만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공연
예술의전당은 9월 23일 「밀레니엄 100일 전야」 공연을 야외 공간에서 펼친다. 모든 장르가 포함된 대규모 페스티벌이다. 국립오페라단이 90년대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9월 4일부터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하이라이트 「오페라 갈라 99」도 드문 무대. 오페라의 극적인 부분과 관객에게 잘 알려진 장면으로만 꾸민다. 「피가로의 결혼」 「리골레토」 등 8편.
서울예술단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전혀 색다르게 해석한 밀레니엄 뮤지컬 「태풍」을 준비중. 21세기형 햄릿의 성격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다. 21세기형 테크노 뮤지션과 안무가 곁들여진다. 11월 19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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