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회교 혁명이후 최대 소요사태로 기록될 이란 학생시위는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11일 이란 지도부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공식사과하고 경찰의 진압책임자 2명을 해임했다. 이란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국가보안최고위원회(SNSC)는 사상자 발생의 책임을 물어 수도 테헤란 지역 보안책임자인 사다트 아흐마디 준장과 그의 부관을 해임하고 이들을 사법부에 넘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사법부 수장인 아야톨라 야즈디가 해당 경찰관의 사법처리를 다짐하는 등 사태악화의 진원지인 보수파도 진화에 나섰다. 테헤란의 한 대학교수는 『개혁파 학생들은 순교자가 됐고 하타미는 영웅이 됐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악한이자 패배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등 보수파와 개혁파 하타미 대통령 그룹간의 보혁(保革)갈등은 하타미가 대통령에 당선된 2년전부터 불거졌다. 보수파는 급진 회교집단인 헤즈볼라(神의黨)를 앞세워 요인 암살을 자행하는 등 하타미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어 왔다. 이번 사태도 보수파가 언론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신언론법을 의회에 제출하고 개혁파 일간지를 폐간하는 등 개혁정책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개정언론법은 법률을 위반한 일선 언론인까지 언론재판소가 아닌 반혁명행위를 다루는 혁명재판소에서 재판토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 시위대는 보수파의 반개혁조치에 궐기함으로써 하타미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위대는 특히 보혁갈등의 최대 이슈인 권력 핵심요소의 장악과 관련,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장악하고 있는 군, 경찰, 사법, 정보 등의 통솔권을 하타미에게 이전할 것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SNSC는 헤즈볼라 등 과격집단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인정, 하타미에게 또하나의 정치적 승리를 안겨줬다.
책임자 처벌로 소요사태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위대는 경찰 총수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테헤란 대학 총장이 사퇴한 데 이어 학장단이 「기숙사에서 벌어진 비극적 유혈사태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12일 2시간의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란 제2 도시인 마슈하드 대학 교수들도 연대차원에서 이틀간 휴교를 결정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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