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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보고서] '실패경영인 퇴진론'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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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보고서] '실패경영인 퇴진론' 일파만파

입력
1999.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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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左承喜)이 제기한 「실패한 경영인 퇴진론」이 재계에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재계 관계자들은 12일 『구조조정 사재출연 세무조사 등 정부당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보고서를 낸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오너의 경영일선 퇴진여부는 주주의 고유권한이지 정부당국의 의사나 여론에 따라 결정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몇몇 그룹에서는 전경련에 강력히 항의하는등 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일부사업의 구조조정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그룹들의 경우 한경연 보고서가 마치 자사 총수를 퇴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대해 「관련자 문책론」을 제기하는등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재계는 벌집을 쑤신듯 하루 종일 보고서의 진의파악에 분주했으며 전경련등에는 『한경연이 도대체 뭐하는 단체냐』는 회원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경총은 이날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와 소유권 개선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경영권을 침해하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입장을 발표했다.

전경련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이에 대해 『연구 결과를 사전에 보고받지도 못했으며 전경련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한경련 보고서가 마치 경영에서 실패한 총수를 퇴진시켜야 한다는 것처럼 일부 언론에 비쳐진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진화작업에 나섰다.

반면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차제에 「경영실패 총수」책임론이 본격 제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학계의 한 원로교수는 『최고경영자가 경영의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윤리』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너경영자이든 전문경영자이든 경영에 실패하면 퇴진하는게 관행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오너는 경영의 실패에 관계없이 경영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도 『그동안 한경연이 재벌의 이해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왔는데 이번 보고서는 기업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제시한 훌륭한 연구결과』라며 『재벌이 한경연의 고언을 외면하면 재벌개혁은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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