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지방에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살인더위가 계속되던 6일밤. 뉴욕시 맨해튼 북쪽의 워싱턴 하이츠 지역에서 다음날 늦은 오후까지 전기가 끊기는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대도시의 생명과도 같은 전기가 이 불볕더위속에 끊어졌으니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상점 은행 사무실등은 문을 닫았고 에어콘이 멈춘 아파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2000년 선거에서 뉴욕주 상원의원의 진출을 노리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에게 이 정전사고는 보통 악재(惡材)가 아니었다. 더욱이 최대의 라이벌인 클린턴 힐러리 여사가 바로 이날부터 뉴욕주를 돌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에 비해 10% 이상 뒤졌던 것을 최근들어 겨우 5%이내로 좁혀 놓았는데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평소 「24시간 근무자」로 알려진 줄리아니는 사태수습을 위해 죽어라고 뛰었다. 경찰및 시청 직원을 닦달해 약탈등 범죄예방에 힘쓰는 한편 주민들의 긴급 피난처를 제공하는등 현장에 나가 진두지휘했다. 그의 노력 덕분인지 대규모 소요사태가 인 77년 뉴욕시 정전때와는 달리 이날은 한건의 범죄발생도 없었다. 뉴욕 언론들은 『아무런 공직 경험이 없는 힐러리보다 나을 것』이라고 줄리아니의 업무능력을 평가했다. 일 잘하는 시장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으니 줄리아니에게는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미연방검찰이 10일 소수인종에 대한 뉴욕시 경찰의 잔혹행위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경찰의 직권남용 문제는 「범죄와의 전쟁」을 제1의 치적으로 꼽는 그의 아킬러스건이다. 이로인해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업은 힐러리측의 반격이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퍼스트 레이디가 최초로 선거전에 나선 미 뉴욕주 상원 공방은 벌써부터 열기를 뿜고 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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