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 여성]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 여성]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입력
1999.07.12 00:00
0 0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때로는 힘이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잃지 않고 그것을 위해 싸우고 눈물과 땀으로 마침내 소망을 이뤘을 때, 그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는 건 자신을 격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 기회와 희망 없이 산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내가 겪었던 것처럼,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서진규(51)씨의 자전에세이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북하우스 발행)는 이런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이 책은 꿈과 도전의 기록이다.

그는 경남 동래의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나 서울 풍문여고를 졸업했다. 이후 가발공장 여공, 골프장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다 71년 미국에 식모살이 하러 태평양을 건넜다.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대학을 다녔고 76년 미 육군에 들어가 20년 동안 미국과 한국 독일 일본 등에서의 군생활 끝에 소령으로 예편, 지금은 하버드대학 박사과정(국제외교사 동아시아언어학과)을 밟고있다. 그의 삶은 5월 KBS 일요스페셜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행을 결심할 때 그의 생각은 이랬다. 『저는 제 힘으로 뭔가 이루어보고 싶단 말예요! … 이 따위 차별은 받고싶지 않아요. 견딜 수가 없어요. 왜 제가 늘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하는 거죠?… 저는 딸들도 아들 못지않게 귀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말겠어요. 그걸 증명하기 위해 성공해야 한다면, 어떻게든 성공하고야 말겠어요』

여자니까 늘 한 발 뒤로 물러나라는 억압을 거부하고 그는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낫다」는 절망을 그는 꿈의 지렛대로 삼았다. 『내 앞을 가로막은 벽, 그것이 내가 열어야 할 문이었다』

폭력을 일삼는 첫 남편, 양녀를 폭행한 두 번째 남편, 성차별이 존재하는 미국 육군병영, 동생의 실종과 부모의 병 등 고통스런 벽들을 그는 「죽을 각오」로 뚫고 넘었다. 끝없이 자신과 싸우면서 하나씩 꿈을 이루고 딸도 훌륭하게 키웠다. 그 딸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주는 상을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 모녀가 나란히 하버드대에 다니고 있다.

『꿈을 잃고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삶을 통해 「당장은 길이 보이지않지만, 꿈과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다 보면 길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그들에게 작으나마 분명하게 존재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보다는 고통스런 투쟁의 기록이다. 그는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꿈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룬다. 꿈을 꾼다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일 관계 박사논문의 자료수집 차 이달 초 서울에 와서 지내고 있다. 책값 7,500원.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