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청남대 구상에 들어간 주말 총리실과 자민련은 「내각제적 국정운영」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DJ 구상의 요체가 「행정은 총리 중심, 정치는 당 중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우선 김총리는 「총리권한 강화론」이 언론에 보도된데 대해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은 『청와대 구상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니므로 이러쿵 저러쿵 할 때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하지만 김총리는 자신의 역할이 커지는 게 싫지 않은 표정이다.
김총리는 10일 오후 「치통」 등을 이유로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과의 골프 약속을 취소한 뒤 총리공관에서 박태준(朴泰俊)총재, 김현욱(金顯煜)총장을 잇따라 만났다.
김총리는 이 자리에서 『치통만 없었으면 할 일이 참 많을텐데』라고 말하며 의욕을 과시했다. 김총리는 최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포르투갈에 가보니 대통령제인데도 웬만한 일들은 대부분 총리가 맡아서 하더라』며 이원집정부제적 국정운영에 호감을 표시했다.
자민련과 총리실 주변에서는 김총리가 총리권한 강화에 긍정적이면서도 연내 내각제 개헌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파워 JP」와 「내각제 연기」를 맞바꾸고 타협할지 아니면 공동정부 철수의 배수진을 치고 연내 개헌을 밀어붙일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전자쪽 해석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이제 헤어질 때가 됐구먼…』등 최근의 JP 강경 발언을 두고 후자쪽이 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JP에 정통한 당직자들은 『JP는 상황론자이므로 9월전후 정치적 상황이 JP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에선 총리권한 강화론에 대해 찬·반 양론이 분분했다. 충청권의 내각제 강경파들은 『대선합의문에 따르면 이미 지난 해 새정부 출범직후 「총리 지위와 권한행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게 돼있다』며 『파워 JP카드로 연내 내각제 개헌 약속을 물타기하려 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김용환수석부총재는 코멘트를 삼갔으나, 이인구(李麟求)부총재는 『총리 권한 강화 그 자체는 나쁠 것 없지만 그런 식으로 내각제 문제를 어물쩍 넘기련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총재측 등 신주류는 총리 권한 강화를 청신호로 해석했다. 김현욱총장은 『김대통령이 1인중심 정치의 한계를 절감하고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것은 진전된 발상으로 내각제 해법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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