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10일 오후2시 경기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노숙자 캠프」에서는 눈물의 퇴소식이 열렸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이곳에서 3박4일 과정의 1차 재활교육을 받은 행려자 70여명은 서로 부둥켜안고 회한(悔恨)의 눈물을 마구 쏟아냈다. 오랜 노숙에 따른 까무잡잡한 얼굴과 허름한 차림새는 여전했지만, 이들은 헤어지는 「동료」들에게 『이제 서울역에서 만나지 말고 회사에서 만납시다』고 외쳤다.
서일대 정창덕(丁昌德)교수가 이곳에 캠프를 차린 것은 지난 4월. 96년 백혈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정교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종교인 기업인 등의 도움을 얻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을 주고 이곳에 1,000여평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자신의 월급과 외부 강연료도 고스란히 내놓았다.
『짧은 시간이나마 숙식 걱정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새로운 설계를 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정교수 등은 캠프를 완성한 6일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로 나가 노숙자 70여명을 데려왔다. 당시 한 노숙자는 『소주를 달라』며 생떼를 부렸고, IMF사태후 왼쪽 팔의 화상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고아출신의 한 노숙자는 『나는 팔이 있는데 전화할 사람조차 없다』며 돌멩이를 던지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으나 4일동안의 짧은 기간을 지내면서 이들은 한결같이 『뭔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8개월째 노숙하고 있다는 K(39)씨는 『그동안 자포자기의 삶을 살다시피 했는데, 4일 밤낮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면서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하니까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6월 조립식 건축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결국 노숙의 길로 나섰던 Y(35)씨는 『친구한테 새 일자리를 부탁해 놓았다』며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부의 노숙자 재활대책이 일용직이나 소규모 사업장 출신 노숙자에게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정교수 등은 『앞으로 매월 2차례 노숙자를 대상으로 이같은 캠프를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장기적으로 캠프 인근에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차려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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