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자치구가 도로이름 공모에 나서는 등 기존의 주소체계를 길이름 중심으로 바꾸는 「새주소 부여사업」이 본격 추진단계에 이르고 있다 . 시는 간선 및 주변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이를 기준으로 집과 건물에 번호를 매기는 구미 선진국 방식을 도입, 2000년말까지 작업을 끝낸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이 사업은 중앙 정부와 자치단체와의 이견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혼란을 거듭하고 있어 최종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경과 문민정부때인 96년7월 국가경쟁력 강화기획단은 도로이름을 기준으로 한 새주소 부여사업 방침을 밝히고 행정자치부(당시 내무부)에 실무기획단을 편성, 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이후 경기 안양시가 시범지역으로 선정됐고 대구 수성구도 주소체계 개편에 따른 계획안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는 강남구를 시범지구로 지정, 98년 5월부터 961개에 달하는 모든 도로에 새 이름을 붙여 공식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로 및 간선도로와 좁은 골목길까지 구분없이 「OO길」이란 이름으로 통일돼 사용되다보니,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집 찾기가 더 어렵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실태 서울시는 연말까지 전체 28,000개 도로중 주택가 골목길을 제외한 비교적 규모가 큰 2,800개 길에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이어 2000년 상반기까지 도로표지를 세우고 건물에 번호를 매겨나가 하반기까지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한 지도제작까지 끝낼 방침이다.
시는 먼저 129개의 간선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이를 축으로 이어지는 주변 작은 길에는 간선도로 이름 뒤에 번호를 부여키로 했다. 강남의 논현로에 이어지는 작은 길은 「논현로1길」 「논현로2길」식이 되고, 이곳의 건물은 출입문이 나 있는 쪽의 도로명을 채택해 「논현로1길 1」 「논현로1길 2」등의 이름이 붙는다. 건물번호는 혼돈을 줄이기 위해 서(西)에서 동(東), 북(北)에서 남(南) 순서로, 왼쪽은 홀수로 오른쪽은 짝수를 원칙으로 매겨진다.
문제점 행자부 지침에 따르면 새주소에는 동(洞)명이 없다. 따라서 「강남구 테헤란로 100」의 주소라면 이 지점이 어느 지역 주변인지 찾기 어렵다. 또 한 간선도로에 좁은 길이 많으면 「테헤란로 20길, 테헤란로 30길」까지 확대될 수 있어 방향 감각을 잃기 십상이다. 더구나 좁은 골목이 많은 「달동네」의 경우 이같은 문제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시는 행정동 이름을 앞에 붙이고 구역별로 구분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지만 아직 행자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시 방침이 적용된다해도 「서울시 강남구 삼성1동 테헤란로 10가 20길 300」식이 되는데 이 경우 기존 주소보다 길어져 오히려 이용이 불편하다. 더구나 새주소가 적용되면 기존의 행정동 법정동에 이어 당분간 3개 주소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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