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다. 인사가 공정하게, 또 적재적소에 이뤄지지 않으면 영(令)이 서지 않는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고위공직자 충원은 능력보다는 충성심, 전문성보다는 오히려 인사권자와의 친소관계등이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개각 후일담으로 자주 듣는 안배니, 배려니 말은 곧 인사가 능력과 전문성 등을 위주로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국민의 정부가 능력과 전문성, 청렴도 등에 따라 공정한 인사를 제도화하겠다는 뜻에서 출범시킨 조직이 바로 중앙인사위원회다. 출범 때부터 총리의 권한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시비로 공동정부내에서 말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시킨 중앙인사위는 3급이상의 공직자 임명 때 정부의 인사권이 제대로 기능하는가를 감시·감독하는 특별기구로 자리잡았다.
지난 7일 열린 중앙인사위원회는 주례회의에서 공석인 조달청 차장(1급)에 재경부가 1순위 후보로 추천한 재경부 국장(2급)대신 2순위 후보자인 서울지방 조달청장(2급)을 승진시키기로 결정,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사위가 지난 5월 출범한 이후 부처가 올린 1순위 후보를 제치고 2순위자를 임용토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무리 해당부처가 소속외청 인사권을 갖는다지만 이번 재경부의 처사는 부처이기주의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중앙인사위의 제동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각 부처들은 승진수요등 조직의 경화현상 해소방안으로 소속 외청에 대한 인사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적재적소나 능력위주의 인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예컨대 재경부에서 재정금융업무만 하던 사람이 조직의 형편상 자신의 경험과는 거리가 있는 관세청 국세청 조달청등 소속외청으로 전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달업무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부처의 형편상 외청인 조달청 차장 1순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중앙인사위가 제동을 걸고 조달업무에 경험이 있는 2순위자를 승진시키기로 한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다.
중앙인사위가 제 기능을 다 하는 한 고위직에 대한 정실인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사위의 더 큰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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