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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구상] 귀경늦춘 DJ '큰그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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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구상] 귀경늦춘 DJ '큰그림' 그린다

입력
1999.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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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귀경 일정을 하루 늦춰 12일 오전 청와대로 돌아 온다. 하루를 세밀하게 쪼개 쓰고 좀체로 쉬지 않는 김대통령의 평소 스타일로 미루어 보면, 청남대에 하루 더 체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만큼 현 국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생각할 게 많다는 얘기다.주목할 점은 김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거의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전화를 해서 구상을 방해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은 탓도 있지만, 현안들이 산적한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이례적이다.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이 11일 오전 김대통령과 통화했으나, 이는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인선의 발표 시점을 알기 위해서였다. 이로 미루어 김대통령은 백지에다 구상을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항상 접하는 측근들의 의견은 청남대로 가기 전에 받은 보고서로 대신하고, 자신의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국정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박수석은 『언론은 총재대행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갖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라며 『대통령은 큰 구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수석은 「큰 생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 총재 보다 대통령으로서의 국정 구상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당직개편 특검제 내각제 등 정치적 현안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회복, 선진국 도약, 경제 정의 등의 국가적 현안이 청남대 구상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정치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이처럼 국가적 현안을 강조하는 것은 김대통령이 정쟁에서 한 걸음 떨어져 국가 미래와 관련된 국정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큰 구상」은 정쟁의 당사자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남북관계 및 외교, 재벌개혁, 교육개혁 등 국가적 현안들을 챙기는 위정자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정의, 인권을 세우는 올바른 통치자의 상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적 리더십의 확보, 당의 역할 제고, 총리 중심의 내각 운영 등이 세부적인 하위구상으로 나오고 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대증적(對症的) 대처가 그동안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틀의 국정운영으로 민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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