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찬 조흥은행 기업구조개선실 대리 -씨랜드 대참사. 무참히 희생된 20여명의 새싹을 보내면서 눈시울 붉히지 않고 가슴 미어지지 않은 어른이 있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사회는 어디서부터 잘못됐길래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될까. 어떤 이는 만연된 변칙주의가, 또 다른 이는 만성적 부패불감증이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패한 공무원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6개월간 외부의 협박과 상부의 압력을 견디다 끝내 무너진 화성군의 대쪽 여계장의 눈물. 나는 그녀의 눈물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의 단초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무자의 소신있는 의견을 언제든 묵살할 수 있는 잘못된 의사결정 구조,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무자는 현실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있다. 그들의 소신과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조직체계에서는, 최고 결정권자에 의한 비이성적이고 부패한 의사결정이 반복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주위에는 그런 비이성적 조직이 너무나 많다. 결정은 위에서 하고 실무자는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그런 조직은 실력과 전문성이 아닌, 결정권자의 의중을 읽는 기술과 눈치만 발달시킨다. 반대로 부당하고 부정한 외부압력에는 쉽게 무너진다.
외국의 한 연구기관은 한국 국민이 대형참사를 반복하는 이유로 사건의 원인과 교훈을 법과 제도에 제대로 반영, 개선시키지 못한 것으로 지적했다. 새겨 들을 대목이다. 『굶어 죽어도 그런 돈은 안받겠다』던 이장덕계장. 박봉에도 청렴하게 봉사하려는 많은 공무원들을 반인륜적 범죄자로 내모는 불합리한 조직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손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해전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의 변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고속전철 TGV를 수주하는 대가로 구한말 프랑스군대가 약탈해간 우리나라 보물급 고화를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의 두 사서가 끝내 고화 반환에 반대해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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