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심장격인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휴일 대낮에 개청(70년)이후 처음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불이 났는데도 화재경보기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등 국가 중요시설 방재(防災)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이 건물의 방재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와 불이 난 사무실 담당인 통일부가 화인을 둘러싸고 밤늦게까지 실랑이를 벌여 빈축을 샀다.◆발생·진화=11일 오후 2시21분께 통일부 인도지원국산하 이산가족과 사무실인 정부청사 410호에서 불이 나 내부 30여평중 20여평을 태우고 16분만에 진화됐다. 불을 처음 본 정부청사경비대 소속 권혁원 상경은 『청사밖에서 경비근무를 하던중 4층에서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차 21대와 소방관 80여명이 긴급 출동, 잠긴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진화작업을 벌였다. 청사안에는 비상근무자등 수십명이 있었으나 모두 대피, 인명피해는 없었다.
◆피해규모=책상과 컴퓨터(10여대) 서류등 내부 집기를 태워 1,7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불은 바로 위층 통일부 기자실로 번져 컴퓨터와 소파등 일부 집기를 태웠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이산가족 교류사업 관련 서류는 모두 전산화, 디스켓으로 보관돼 있어 훼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점=이 건물은 70년에 지어진 것이어서 스프링클러가 전무한 상태이고, 화재 자동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6월부터 승강기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용접작업으로 인한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경보기를 꺼두었다』고 말했다. 사무실 입구마다 비치된 소화기는 10년이상 된데다 소방당국의 점검을 받은 시점도 상당수가 96년 11월, 97년 5월 등으로 기재돼 있었다.
◆화인논란=김영화(金榮和)종로경찰서장은 화재발생 6시간여만에 정부청사 207호(경비대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10호 이모(여)씨의 책상 아래에 있던 소형선풍기가 계속 작동, 모터가 과열돼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선풍기 모터 코일과 선풍기가 놓인 바닥재가 완전히 녹아있어 이같이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10일 410호 사무실의 마지막 퇴근자인 김모사무관이 플러그를 뽑고 나갔다』며 『지난 3일 4층과 이날 2층에서 절전을 위한 전기통합공사가 진행된 점 등으로 미뤄 배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찰이 서둘러 화인을 발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전경들을 배치, 통일부 직원의 출입을 막기도했으며, 통일부관계자들이 격하게 항의하자 몸싸움 등 실랑이를 벌인 끝에 박모과장을 입회시켰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송용창기자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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