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놓고 미일 양국의 신임 재무 책임자간에 신경전이 뜨겁다.2일 취임한 로렌스 서머즈 미 재무장관은 8일 『일본에 중요한 것은 통화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 주도의 성장으로 경제의 펀더멘틀(경제기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일본의 개입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같은 날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木+神, 原英資)의 뒤를 이은 일본 대장성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신임 재무관은 취임일성으로 『환율을 안정시켜 경기회복을 다지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머스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서방선진7개국및 러시아(G8) 정상회담 당시 환율안정을 명목으로 사실상 엔고 저지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분위기와는 배치된다. 물론 발언자체가 미국의 정책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엔저 방지를 위해 양국이 협조개입했던 지난해 6월에도 로버트 루빈 전재무장관이 『개입은 일시적 조치』라며 일본측에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회생책을 촉구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발언이 나온 시점. 개인적 교분이 두터웠던 사카키바라의 퇴임이라는 작은 사건과 일본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큰 흐름과 겹쳤다. 이 때 경기대책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쏠릴 경우 자칫 재정지출확대나 시장개방, 구조조정 등이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미 의회나 업계의 반발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양국 재무당국에 새 체제가 출범한 때에 맞춰 「대장성 길들이기」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일본의 엔고 저지 의지는 확고하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장관은 『때이른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선제 개입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의 시각차는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시장은 경제상황을 반영한다」고 보는 데 반해 환율과 유가 등의 영향을 실감해 온 일본은「시장이 경제상황을 좌우한다」고 본다.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양국 재무당국의 시각차는 시장교란의 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떼기가 어렵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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