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단군상 훼손은 역사의 무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단군상 훼손은 역사의 무지

입력
1999.07.10 00:00
0 0

단군왕검좌상의 목이 잘려나갔다는 보도는 섬뜩함과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잔인함에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한민족의 목을 자른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은 우리 사회에 이미 있어 왔다.생명을 존중할 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좌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목도 베는 세상이 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민족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현실상황이 단군왕검좌상의 목을 자르는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단군왕검좌상의 목이 잘려나간 것은 종교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단군왕검이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신들의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행동은 역사지식의 부족에서 온 잘못된 것이다.

종교와 역사를 분간할 줄 모르는 행위이다. 단군왕검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국한된 문제이다.

단군왕검은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기 이전에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세운 고조선의 첫 번째 통치자였다. 단군은 통치자의 칭호였으며 고조선의 첫 번째 통치자가 단군왕검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역사에서는 그를 건국조라 부른다.

미국인들이 그들의 초대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받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군왕검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단군사상이나 단군문화라는 말은 우리 민족의 사상 또는 우리 민족의 문화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날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의식을 말살하기 위해 단군과 고조선의 존재를 부정했던 것이다.

근래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고조선은 한반도와 만주 전 지역을 아우르는 큰 국가였고 매우 부강한 나라였으며 문화수준도 아주 높았다. 따라서 오늘날의 역사학은 고조선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고조선이라는 국가가 존재했으므로 그 나라를 통치했던 단군이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단군이나 고조선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지난날 연구가 부족했던 때의 견해로서 일제의 단군과 고조선 말살정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견해는 새로운 자료들을 통해 연구된 오늘날의 견해와 병존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그러한 것들이 마치 단군이나 고조선에 대한 하나의 학설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왔다. 고조선은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세운 나라로 그 사회에 우리 민족의 핵심 가치관과 그것을 기초로 한 민족문화의 원형이 있다. 고조선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 민족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단군이나 고조선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때문에 그것이 민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우리 사회에는 민족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가치관과 정체성이 확립돼 있지 않으니 민족이 가야 할 목표와 방향을 잡을 수가 없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사회문제나 시행착오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단군왕검좌상의 목을 자르는 것은 우리 민족의 목을 자르는 것과 같은데 그런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오로지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교육하는데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는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것이 나라를 구하고 바로 세우는 요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내현·단국대 문과대학장·사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