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낮 서울 중랑경찰서에 서울 면목동 O산부인과 원장 오모(49·여)씨가 고개를 떨군채 들어왔다. 『잘못했다. 의사로서 못할 짓을 했다』고만 되뇌이는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영아살인 및 사체유기.그는 지난해 4월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생긴 8개월된 태아를 떼려고온 정모(21)씨에게 90만원을 받고 남자 영아를 유도분만한 후 이 영아를 이불에 싸서 38시간을 방치해 숨지게한 사실이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7~8개월 된 태아도 낙태시켜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정씨에게 마치 사산한 것처럼 위장하는 시술을 한 오씨는 숨진 영아를 화장할 수 있는 서류도 꾸며줬다.
그는 또 지난해 4월부터 인근 지역뿐 아니라 강남과 종로 일대의 10대 유흥업소 종업원을 대상으로 10만~12만원씩 받고 580여 차례나 불법 낙태시술을 해온 사실도 경찰이 압수한 장부에서 드러났다. 한편으로 그는 산모가 버린 아이들을 입양시켜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원치 않는 아이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준다』는 명성을 쌓은 덕분에 각지에서 철부지 고객들이 찾아든 것이었다.
한때 종교도 믿었다는 오씨는 자신이 저지른 「차마 못할 짓」을 한 동기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았다. 돈때문인가, 아니면 어차피 불행해질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소신이라도 가진 것인가.
그를 조사한 경찰관계자는 9일 『산부인과에서 암암리에 시술되는 낙태시술이 급기야 태아를 분만시켜 죽이는 지경에까지 이른 줄은 몰랐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이 의료계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혀를 찼다.
혐의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오씨는 「살인공장」에 대한 죄값을 치르겠지만, 지난해 새로 신축된 이 병원에서 숨져간 영아들의 원혼은 결코 안식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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