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 최근 대삼관의 하나인 본인방을 놓친 조치훈 9단이 한 말이다. 설마 바둑 한판에 목숨을 걸랴마는 그는 유명한 휠체어대국에서 보였듯이 프로의 냉엄함을 몸소 실천했던 바둑기사였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그래서 본인방 10연패도 이룰 수 있었다.「목숨을 걸고 배구를 한다」고 감히 말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LG정유 여자배구팀의 김철용(45)감독. 강인한 인상, 늘 굳게 다문 입. 대회때면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시지 않는다. 그에게는 늘 부족한 면만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명장밑에 약졸이 없다던가. LG정유팀은 15명중 장윤희 홍지연 박수정 정선혜 김귀현 등 국가대표가 5명이나 된다. 다른 10명도 언제든 대표자리를 넘볼 실력들을 갖췄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빽빽하게 짜인 훈련 스케줄을 빈틈없이 소화해 낸다. 이들은 남자선수들도 5분정도 받으면 진이 빠지는 개인 리시브훈련을 밥먹듯이 해낸다. 훈련시간 만큼은 이들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 시커멓게 때묻은 배구공과 땀만이 이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89년부터 진가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시즌 전관왕에 이어 91년 3월5일부터 95년 1월 SK에게 패배할 때까지 92연승, 슈퍼리그 9연패, 98년 2월이후 35연승 등 배구사에 하나씩 LG정유팀의 발자취가 새겨지고 있다. 물론 70년 창단이후 허동수구단주를 비롯한 이상수단장, 이병무부장 등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됐다.
LG정유팀은 6년차이상 선수에게는 대학입학을 허락해 준다. 이 팀에서 6년이상 버텼다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기절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철용감독과 선수들은 그러나 훈련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자상한 아빠와 한창 멋내고 싶은 여자로 돌아간다. 매주 일요일 갖는 회식자리에서 김철용감독이 특유의 갈고리춤을 추면 선수들은 배꼽을 잡는다. 『직접보기 전에 감독님이 저런 춤을 출거라고는 상상도 못할거예요』 박금자(28·센터)의 말이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가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배구만을 생각하자는 뜻으로 LG정유 체육관과 숙소에 걸린 빌립보서 4장 성경구절이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LG정유 여자배구팀의 정은희가 리시브훈련을 받고 있다.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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