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개혁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 서릿발 같던 개혁의지는 퇴색하고 정치논리가 침투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공기업 임금인상 허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예산처는 7일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 급여를 올려주기로 했으니 공기업의 임금인상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기업 근로자 임금을 올리는 것 자체가 시비의 대상일 수는 없다.문제는 원칙이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기업에 비즈니스마인드를 심어넣기 위해 공공개혁을 추진했지 않았던가. 기업경영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임금조정은 경영성과나 생산성 등과 연계하여 이루어진다. 이게 바로 비즈니스마인드다.
기획예산처는 그러나 공기업 임금인상을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결정하고 말았다. 기획예산처 당국자들이 혀가 닳도록 주장한 경제논리는 실종되고 말았다. 공무원 임금을 올려주니까 공기업 임금도 올려주자는 그릇된 형평주의(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해 버린 것이다.
정치논리의 도미노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기업은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기업 자회사의 임금도 자동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준(準)공기업」이 수두룩하다. 은행 등 소위 주인 없는 민간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민간기업 노조는 가만히 있겠는가. 국가적으로 「설익은 파이」를 나눠 먹자는 잔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샴페인을 먼저 터뜨리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임금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정부당국이 경제운영의 핵심사항인 임금문제를 원칙 없이 결정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순환 경제부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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