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8일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총재대행을 경질한 것은 공동여당의 유지를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회의 지도부가 일괄사표를 제출했으나 김대행을 유임시키고 나머지 당8역의 사표만을 수리했다.그러나 김종필(金鍾泌)총리가 『김대행이 유임되는한 공동여당내 잔류가 힘들다』는 배수진을 치자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질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김대통령이 인사권의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김대행을 경질한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동여당의 공조가 최우선의 가치였기 때문이다. 김총리의 반발이 예상외로 강했고, 적당한 미봉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각제 문제를 8월중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도 김대통령의 선택을 좁혔다고 볼 수 있다. 내각제 해법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김총리의 감정적 앙금을 풀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공동여당내 갈등은 항상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 심각성이 남달랐다. 김총리와 김대행이 특검제 해법을 놓고 노골적인 대립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동여당의 특검제 논란이 7일 일단 봉합됐는데도 김대행이 이날 오전 『총리의 특검제 전면 수용 언급은 대야 협상전략상 잘못한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김총리는 김대행의 발언에 거칠게 화를 냈지만, 이는 『왜 저런 행태를 보이는 김대행을 유임시키느냐』는 대통령을 향한 항의였다. 김총리는 평소 우회적으로 의사를 표시했으나 이날만은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에게 직접 김대행의 경질을 요구했다.
청와대도 긴박했다. 김실장과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구수회의를 한후 김대통령에 상황 보고를 했다. 김대통령은 김총리의 입장을 전해듣고 상당히 어두운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대통령은 공동여당내 파열음을 봉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일단 사태는 봉합됐지만, 그 여진은 상당기간 갈 전망이다. 국민회의의 반발도 그렇고, 김대통령 자신도 김총리에 적지않은 서운함을 가질 수 있다.
인사권은 국정운영의 가장 중심축인데 이를 변경시켰다는 것은 일정부분 김대통령 권위에 흠을 가했다. 이런 사태는 잠재적으로 김대통령과 김총리,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잠재적 갈등과 불신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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