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산책]'이재수의 난'과 '노랑머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산책]'이재수의 난'과 '노랑머리'

입력
1999.07.09 00:00
0 0

제작비는 32억원 대(對) 5억원. 그러나 흥행은 4만명 대 8만명(서울 기준). 「이재수의 난」과 「노랑머리」의 대차대조표다. 개봉 3주째 「이재수의 난」은 서울서 상영관이 14개에서 8개로 준 반면, 노랑머리는 8개서 14개로 늘어났다.지난달 26일 나란히 개봉한 두 한국영화의 결과를 어떻게 봐야할까. 어느 영화인은 「스타워즈」의 제다이 전사(이완 맥그리거)에 맞선 인물은 반외세를 외친 이재수(이정재)가 아니라, 발가벗고 심심하면 『오빠, 할래』라고 대든 노랑머리 유나(이재은)라고 빈정거렸다.

두 영화는 모두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이재수의 난」은 상업적 흥행이 보이지 않으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 충무로의 고질병을 극복하느라, 「노랑머리」는 외설성으로 재심까지 거치는 홍역을 앓았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를 떳떳하게 만드는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충무로에서 자기 고집대로 영화를 찍은 박광수 감독의 가치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그 무게에 짓눌려 「이재수의 난」까지 턱없이 미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에게 자기주의를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재수의 난」이 영화로서 얼마나 완성도를 가졌는지, 문제는 뭔지 냉정히 비판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광수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영화감독이고, 「이재수의 난」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외면할 때, 감독은 흥행실패의 책임을 자기 영화를 몰라주는 국내 관객들의 수준으로 돌릴 터이고, 충무로는 다시는 이런 영화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감독은 영화를 만들 기회를, 관객은 영화를 볼 기회를 잃고 만다.

「노랑머리」는 가만 두면 한 일주일 정도 극장에 붙이고 나서 곧바로 비디오로 나오는 성인에로비디오물 수준의 싸구려 영화로도 볼 수 있다. 한 영화인의 말처럼 등급보류와 재심통과라는 「문제를 만들어」 돈을 벌었다. 그러니 사실 「일등공신」은 폭력보다 섹스가 더 위험하다는 발상을 가진 영상물등급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는 처음부터 이를 노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등급보류를 받자 기다렸다는듯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들먹였고, 「충무로 포럼」에서 개혁적인 주장들을 폈다. 그런 다음에 필름을 겹치고 지우고 새로 편집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조그만 상업적 코드가 들어가도 타협이라고 생각한 「이재수의 난」, 돈 생각해 표현의 자유까지 들먹인 얄팍한 상혼의 「노랑머리」. 어느 것도 우리영화가 가야할 미래는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