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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실패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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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실패사례

입력
1999.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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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사례 -『왕창 오를 때는 겁이 나서 못들어가고, 대형주는 돈이 없어 못사고…』

대기업체 D그룹 정영민(가명·34)대리. 주가 1,000이란 말을 들으면 속이 타들어간다. 주식투자 경력 6년째. 사놓은 종목이 상한가를 치는 날이면 왠지 기분이 좋아 동료들에게 「한 턱」을 냈고, 하한가로 내려가거나 팔아버린 종목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잠이 오질 않았다. 다행히 결과는 아직 빈 손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 잘만 했으면 지금 통장에 수억원이 입금돼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악몽은 93년에 시작됐다. 주가가 459포인트를 찍은 지 1년도 안돼 200포인트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자 「한 몫 잡자」며 손을 댔다. 그러나 선뜻 투자한 400만원은 1주일도 안돼 주가가 급락, 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사회 초년생이 치러야 할 수업료인 셈 치고 꾹 참았다.

경기흐름도 읽을 수 있게 되고 업계의 정보에도 자신감이 생긴 96년 말. 300만원을 들고 주식시장에 복귀해 100만원을 땄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의 「돈 딴 얘기」를 듣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빌린 500만원을 합쳐 납입자본금을 1,200만원으로 늘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IMF가 왔다. 불과 한달도 안돼 원금은 400만원으로 줄었다.

작년에 주가가 다시 꿈틀대자 그는 빚을 더 내 줄어든 원금에 1,000만원을 보탰다. 선택한 종목이 하루만에 상한가를 쳤고, 내일은 다른 종목이 또 오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침내 돈이 손에 잡히는 듯 했다. 그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거침없이 팔며 「치고 빠지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웬걸 팔면 오르고, 사면 주춤거렸다. 주가는 계속 올라갔지만 그의 원금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동안 돈 굴러 다니는게 보이는 데 앉아서 구경만 하는 처지가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그는 지금도 언제가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정대리의 계좌를 관리하는 D증권의 한모(35)과장은 『정대리가 지금까지 증권사에 수수료로 지불한 돈만도 원금의 70~80% 정도』라며 혀를 찼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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