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플로리다 흡연피해 2000억불 소송『담배 메이저들의 콧대를 꺽은 통쾌한 승리다』
7일 미 플로리다주 법원이 필리 모리스 등 5개 담배 메이저를 상대로 제기된 2,000억달러(약240조원)의 집단 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평결을 발표하자 법정은 환호의 도가니에 빠졌다. 『우리는 흡연자들로부터 금연의 권리마저 빼앗지 않았다』며 막강한 자본으로 흡연소송을 무력화시키던 담배 회사와의 싸움에서 획기적 반전이 마련됐다는 분위기다.
배심원단은 평결에서 담배회사들이 폐·방광·후두암 등의 각종 암과 심장질환, 불임, 유산 등 광범위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결함제품(defective product)을 생산했다고 평결했다. 또 담배의 중독성과 담배 회사가 고의적으로 흡연자에게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은 점도 밝혀 냈다. 담배회사가 흡연자들이 중독되도록 니코틴 함량의 조절을 시도하고 담배가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를 은폐했으며 수십만달러의 광고를 통해 어린이 흡연까지 조장했다는 소송 제기자들의 주장이 대부분 인정된 것이다.
이번 소송은 94년 플로리다주의 흡연자 및 흡연 사망자의 유족 등 50만명을 대표해 8명이 집단으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5년간의 기나긴 법정투쟁은 이번 평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소송 단계에 접어들었다. 배심원단이 8명 개개인에 대한 피해액 산정을 하는 2단계 재판이 곧 시작되고 이 과정이 끝나면 집단소송의 나머지 고소인들도 법정으로 몰려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담배회사들은 사상 최악의 법정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소송에 연루된 메이저는 필립 모리스, 레이놀즈 토바코,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 토바코, 로릴라드 토바코, 리젯 그룹 등 5개사. 지난해 11월 당시 집단소송을 제기한 46개 주정부와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 비용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5년간에 걸쳐 2,06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타협안을 맺고 한숨을 돌리고 있던 터였다. 당시 피해 당사자 개인의 소송 가능성을 열어 놓았던 것이 화근이 돼 버렸다.
담배업체들은 아직까지 흡연이 어떤 질병을 유발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으고 흡연자들은 흡연자체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4명의 비흡연자, 금연 성공자 1명, 흡연자 1명으로 구성돼 앞으로의 재판과정도 담배 메이저들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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