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김대중대통령은 50대 50이라고 했다. 정답을 모르니까 그냥 한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북한의 속내를 들춰 보기가 쉽지 않고 섣불리 예단할 사안이 못된다는 뜻일 것이다.■문제는 시험발사 가능성이 51%일 경우다. 내놓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그렇지 실제로 북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는 51%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적지않다. 다름아닌 북한의 「도박심리」를 읽은 결과다. 핵과 미사일을 히든카드로 북한은 여러차례 큰 재미를 봤다.
한반도 핵위기가 고조되던 93년 5월, 어렵게 성사된 미북 고위급 회담을 보름 앞두고 북한은 사거리 1,300㎞의 노동1호 미사일을 동해상에 시험발사했다. 군사적 시위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신호탄이었다.
■채찍을 쥔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94년 5월, 태연하게 5메가와트 원자로의 연료봉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연료봉 인출로 북한이 과거 핵물질을 전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한 미국은 크게 당황했다. 미언론에 대북 선제공격론이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결과는 어땠나. 평화의 특사 카터가 평양으로 달려가 관계개선의 길을 트는가 하면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은 경수로라는 큰 과실을 따냈다.
■금창리 핵의혹 시설 파문이 증폭되던 지난해 8월 31일 북한이 대포동1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도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기 직전의 일이다. 세계의 경악도 잠시, 그후 북한에 대한 식량 및 경제원조는 오히려 늘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북 포괄협상안을 담은 페리 보고서의 공개를 앞두고 북한은 미사일 재발사 카드로 새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우화처럼 북한도 국제사회를 계속해서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이쯤에서 깨달아야 한다. 도박꾼은 결국 도박으로 망한다.
/정진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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