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페리 보고서」의 조기공개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보고서의 공개시점을 두고 다각도의 고민을 하고 있다. 한국측이 보고서의 7월중 공개방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 비해 미국은 다소간 유보적인 자세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미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은 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보고서 조기공개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를 빨리 공개하는게 좋겠다는 한국측 의견을 청취하기는 했지만 『페리 조정관을 포함한 어떤 미국사람의 입에서도 7월중 공개하겠다는 말이 명시된 적은 없다』는게 미 관리들의 전언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대북정책조정관은 기본적으로 의회와 행정부간의 문제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보고서 공개문제는 미국의 국내정치적 역학관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측이 페리 조정관이 평양방문에서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북한의 반응을 마냥 기다리는 눈치는 아닌 것 같다. 이미 지난달 23일 있었던 베이징(北京)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측은 페리 조정관의 「강석주 초청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미·일 3국의 정책협의 직후 미국무부는 『페리 조정관은 평양에 협상을 하러간 것이 아니었고 북한의 공식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북한이 최근 8월의 미의회 휴회기간을 이용,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미국 의원들의 비자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더욱이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위한 준비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페리 조정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페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현상태에서 미사일 실험이 강행될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이 발사되면 페리 조정관의 존재의의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고서는 휴지조각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유럽여행중인 페리 조정관 자신도 아직 보고서 공개에 대한 최종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측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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