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가 드디어 상원 진출을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힐러리는 6일 상원의원 출마를 위한 첫 단계로 「탐사위원회」를 구성, 연방선거위원회에 등록절차를 마쳤다. 이어 7일 자신에게 상원의원 자리를 물려주려는 대니얼 모이니헌 현의원의 고향 동네에서 연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뉴욕 정벌(征伐)」에 나섰다. 지난 20여년간 남편의 선거운동을 곁에서 도왔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 자신의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이다.물론 힐러리가 아직 상원의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다. 탐사위원회란 일종의 예비선거운동본부와 같은 것으로 선거출마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기구일뿐이다. 그러나 일단 탐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상원출마를 위한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고 지역구를 누비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벌일 수 있다. 따라서 힐러리는 상원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는 미 역사상 퍼스트레이디로서 연방선거에 나선 첫 후보란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내년 11월 선거에서 당선되면 2001년 1월초부터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하는 1월20일까지 상원의원 자격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된다.
힐러리가 정치인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최대의 라이벌인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을 꺽어야 한다. 임기 4년의 뉴욕시장에 재선된 줄리아니 시장은 2001년 임기가 끝나는 데 3선금지 조항에 걸려있기 때문에 상원진출을 노리고 있다. 힐러리보다 한발 앞서 그는 4월에 이미 탐사위원회를 구성, 뉴욕주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줄리아니는 그동안 뉴욕의 범죄소탕에 성공하는 등 뉴욕시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아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와 줄리아니의 지지도는 46대44의 박빙세를 보였다.
힐러리의 약점은 뉴욕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것. 그는 시카고 근교의 일리노이주 파크리지 출신이다. 뉴욕주 선거법상 주내에 주거지를 정하기만 하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카펫배거」(carpetbagger:철새정치인)라는 비난을 극복해야 한다. 줄리아니측은 『뉴욕주에 살아본 적도 없고 주민의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뉴욕주를 대표할 수 있느냐』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퍼스트레이디로서 의료개혁과 교육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힐러리에 대한 지명도와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지역연고가 없다는 점은 문제가 안된다」는 응답이 70%를 상회하고 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jm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