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7일 또다시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현 정권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전대통령의 이같은 언행은 2월의 「기자회견 소동」이후 줄곧 반복돼온 것이긴 하나 이날 발언의 성격과 파장의 강도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주변의 우려섞인 관측이다.이전의 언행이 대체로 「일반론」이었던데 비해 이번은 이해가 직결된 특정현안에 의해 극도로 예민해진 지역민심을 정면으로 자극한 것이기 때문. 더구나 집회참석으로 안게 될 부담과 비난을 피하면서, 한편으로는 메시지를 보내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데 대해 전직 국가원수로서 도리가 아니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김대중정권 규탄대회 및 삼성제품 불매 100만인 서명운동 발대식」에 「격려 메시지」를 보내 『정부의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및 청산방침은 정치보복이며 부산경제 죽이기』라고 규정한 뒤 『이는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을 파괴하는 작태』라며 노골적으로 지역정서를 건드렸다.
김전대통령은 또 『삼성자동차를 허가한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책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김대중씨에 의해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았다면 순조롭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해 삼성차사태에 대한 자신의 「원죄론」은 아예 외면한채 모든 책임을 정부와 김대통령에게 돌렸다.
김전대통령은 심지어 『여러분들의 투쟁은 자유를 위한 투쟁, 생존을 위한 투쟁』 『부산시민의 정당한 투쟁에 지지를 보내며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않겠다』는 등 듣기에 따라서는 사태의 확산까지도 유도하는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전대통령은 특히 김대통령에 대해 『김대중씨는 독재자』 『오늘의 국가적 어려움은 김대중씨의 거짓과 위선에서 비롯됐다』『정권말기적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김대중씨는 자신의 불행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등으로 격앙된 감정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한편 김전대통령은 말미에 여권으로 당적을 옮긴 부산출신 의원들을 지목한 듯, 『부산에도 부끄러운 정치인들이 적지않게 있다』고 주장한 뒤 『부산에 정의와 진실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 『지난 대통령선거때 수영만에 100만인파가 모였던 순간의 감동과 눈물을 잊지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확대에 대한 의지를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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