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낀 유럽풍 대리석 건물과 까마득한 첨단 방송탑, 흘겨보는 노인들에 아랑곳 않고 뜨겁게 포옹하는 젊은 연인들…. 중국의 최대도시 상하이(上海)에는 동서양의 양식과 100여년의 시차가 교직돼있다. 도시풍경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인식이 모두 그렇다. 그 복잡한 스펙트럼을 좇는 상하이 여행은 한마디로 「독특한 체험」이다. 배낭 하나만 달랑 지고 난해한 시간의 미로를 찾아나서 보자. 휴가를 몽땅 털어도 아깝지 않다.출발점은 황푸(黃浦)강변의 와이탄(外灘). 1.5㎞의 강변에 유럽풍 대리석 건물 52채가 늘어서있다. 1920년대 중국을 할거하려던 서구열강이 각기 자기들의 건축양식을 뽐내며 지어놓았다. 이곳은 특히 밤이 아름답다. 연인들과 관광객의 환한 얼굴이 건물을 수놓은 오색 조명과 행복하게 어우러진다. 강건너 푸둥(浦東)지구는 경제대국으로 비상하는 중국의 힘찬 박동이 들리는 곳. 468㎙의 동방명주(東方明柱)TV탑과 이 도시의 자존심인 421㎙, 88층짜리 진마오빌딩이 휘황찬란한 빛을 발한다.
상업활동의 중심은 이 도시의 등뼈격인 난징로(南京).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첫 조차지였다가 나중에는 공동조차지가 된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도로 양측에는 600여개의 상점이 있는데 매일 170만여명이 다녀간다. 중국내 매출 3위인 제일백화점을 비롯해 화연상점, 신세계상점등이 이곳에 있다.
중국 고대예술박물관인 상하이박물관은 빠뜨려서는 안될 명소. 청동기, 도자기, 서화, 옥기등 12만점의 진귀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는 물론 각 작품의 예술성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유명박물관으로서는 드물게 사진촬영이 허용된다.
상하이의 거리는 이색적인 구경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잠옷 바람으로 활보하는 사람들, 미니스커트를 입고 속옷을 보인 채 자전거를 타는 젊은 여성 등등. 남을 의식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전차, 이층버스, 2량버스, 택시, 오토바이, 삼륜자전거가 정신없이 뒤엉켜 거리를 달린다. 그 무질서속의 질서 신기할 정도다.
기차로 1시간20분 거리의 소조우(蘇州)는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곳.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조우와 항조우(杭州)가 있다』고 할 만큼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도시이다. 수로가 바둑판처럼 나있는 수상도시 소조우에서는 삼륜자전거로 돌아보는 게 제맛이다. 흥정은 필수. 120위안을 부르는 곳을 50위안으로 갈 수도 있다.
당연히 찾아야 할 곳은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제1회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렸던 인근의 건물에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하루 800여명, 1년에 5만명 가까운 사람이 다녀가는 상하이의 명소이다. 특히 올해는 이곳에서 활약하던 백범 김구선생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
/상하이=김재현기자 drea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