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모태가 됐던 금강산.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의 개성적 화법도 아름다운 금강산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전해지고 있다.이처럼 황홀한 풍광 뿐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금강산 그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몽유금강_그림으로 보는 금강산 300년전」이 8월29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_1759)이나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_?)에서 20세기 소정 변관식, 그리고 이종상 서울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금강산의 시대와 장르를 초월, 옛 선조들과 현대작가들의 금강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다. 특히 고미술 분야는 객원 큐레이터 이태호 전남대 교수가 국내외 소장처를 발로 뛰어 발굴한 미공개작 200여점이 선보인다. 현대 미술은 지난 4월 4박 5일 일정으로 금강산 기행을 다녀왔던 김선두 김호득 문봉선 이종상 육근병씨등 작가가 여행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 30여점.
▩감상 포인트: 삼선암 비봉폭 만물상 옥류동 만폭동 등 절경이 미술사적으로 어떻게 표현됐나 찬찬히 음미해보자. 그림이 너무 많으면 정작 보아야 할 그림도 놓치기 쉬운데, 겸재 정선의 「비로봉도」와 「불정대도」, 조선후기 명문 화원 출신인 유당 김하종(1793-?)의 엷은 담채화 「풍악권」은 꼭 보자. 외금강 앙지대 바위엔 「김하종 경오사월(金夏鍾 庚午四月)」이란 각자(刻字)가 새겨져 있어 김하종이 노인의 몸으로 금강산을 여행했음을 지금도 알리고 있다.
주목할만한 또다른 작품은 신학원(신학원)의 「금강산 병풍」. 미국 오래곤 주립대에서 공수해온 병풍으로 작가는 병풍에 「…겸재의 그림이 오래돼 벌써 희미하니 끝내는 없어지게 될 것을 아쉬워하며 새 종이에다 모사했다…」고 자신의 작품이 모사임을 자진신고(?)하고 있다. 당당히 모사임을 밝힌다면 때론 대가의 그림과 나란히 전시될 수도 있다는 고미술의 아이러니를 일깨운다. 모사와 가짜그림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인가. 또 한석봉의 「유금강산기」를 통해 말로만 듣던 한석봉체를 엿볼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금강산 그림이 많지 않은 단원 김홍도의 「명경대」 「만폭동」도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
금강산도 가본 적이 없고 겸재나 단원이 누군지도 모른다면 전시회에 가기 전 이태호 전남대 교수의 신간 「조선미술사 기행 1_금강산. 천년의 문화유산을 찾아서」(다른세상 발간, 10,000원)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타깃: 조선시대 금강산 관광객은 주로 금강산 주변 벼슬아치들이었다. 양반이나 갈 수 있었던 금강산 여행을 올여름 계획 중인 사람들, 특히 옛 금강산 예술의 참맛을 현장확인하고 싶은 사람들. (02)721_7771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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