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서화 위조.사기판매 수법 및 고미술계 실태 -고서화 위조판매 사건은 한국고미술협회 전직 간부들과 협회소속 감정위원, 인사동 화랑업자들이 「삼각 커넥션」을 형성, 국보급 문화재 등을 대량 위조해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나 국내 고미술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범행수법=위조책 권씨는 유명작가의 작품 원본 위에 유산지(습자지의 일종)를 놓고 목탄으로 밑그림을 베낀뒤 그 위에 화선지를 놓고 채색, 낙관·서명을 위조하는 수법(유산지 모사)으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를 위조했다.
또 겹종이에 그려진 원본을 물에 불려 두장으로 분리한 뒤 앞장이나 뒷장에 덧칠을 해 위조하는 수법(뒷장떼기, 앞장떼기)도 사용됐다.
유사한 화풍의 그림들에는 주로 「낙관·서명 바꿔치기」수법이 이용됐다. 전 감정위원 전씨는 기생들이 다수 등장하는 작가 미상의 6폭 화첩에 혜원 신윤복의 낙관과 서명을 위조한 뒤 1억2,000만원에 판매하고, 공재(恭齋) 윤두서의 아들인 낙서(洛西) 윤덕희가 그린 「백마인물도」를 공재의 그림으로 둔갑시켜 구입가의 5배인 7,500만원에 팔다 들통났다.
문화재 전문가라는 명성을 이용한 사기판매도 많았다. 공씨는 자신이 고미술협회 회장과 감정위원을 지낸 점을 악용, 위조문화재 10여점을 구입해 진품인 것처럼 속여 9억원을 챙겼고, 전부회장 유씨도 고미술전시회 손님에게 청전(靑田)의 산수화를 진품으로 속여 6,000만원을 받았다.
동양화 중간상 신영봉씨는 추사 김정희의 「고사소요도(高士逍遙圖)」를 25만원에 구입한 뒤 고미술협회 감정위원들과 짜고 진품이라는 허위감정서를 첨부, 구입가의 400배인 1억원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문화재 실태=업계에서 파악하는 고미술 전체 유통시장 규모는 대략 4조~5조원으로, 이중 위조품은 2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위조품이 횡행하는 데는 공신력있는 감정기관이 없는데다 중견업체 사장, 자영업자들이 투자나 축재수단으로 무리하게 문화재를 구입하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즉, 문화재청 등에서 진위여부를 제대로 감정해주지 않는 바람에 고미술협회에 감정의뢰가 몰리게 되고, 비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도 협회 감정위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의뢰자와의 연고,청탁 여부에 따라 감정결과를 둔갑시키고, 심지어 감정위원 자신이 갖고있는 위조품을 제3자를 시켜 감정의뢰한 뒤 진품으로 감정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관계자는 『고미술협회가 관련 업자들이 조직한 이익단체로서, 감정위원을 비롯한 임원들이 대부분 문화재 판매업자들로 구성돼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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