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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농·축협 스스로 개혁하도록 기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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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농·축협 스스로 개혁하도록 기회줘야

입력
1999.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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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속에 6개월 이상 끌어왔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빅딜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구조조정의 어려움과 한계를 드러낸 단적인 예다. 그런데, 재벌도 공기업도 아닌 분야에서 정부지침에 따라 구조조정이 아주 쉽게 진행되는 곳이 있다.농·축협의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멀쩡하게 살림하는 여자 보고 딴 남자와 당장 동거하라는 식의 농·축협통합은 「농업인 협동조합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농림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들이 농·축협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내용도 모른 채 통합을 당연시하고 있고, 농림부는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 의도대로 통합될 경우 현실화할 농민의 갈등과 농촌사회의 분열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농·축협은 정부지침에 따라 통합되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실익도 없다. 농정의 과제는 유통개혁, 농가부채, 농촌복지 등인데도 마치 농·축협만 통합하면 농정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것처럼 구조조정이라는 실적주의 제단에 제물로 바쳐지고 있는 것이다.

농·축협 개혁의 본질은 신경(信經)분리를 통해 경제·지도사업 중심으로 농·축협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통합에만 매달리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일들은 농·축협에 대한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검찰의 무차별 수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농어민의 자조적 조직을 육성지원할 책무를 가지고 있는 정부가, 그것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정부가 오히려 농민과 농촌사회에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농·축협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농·축협 통합문제에서 손을 떼고 당사자인 농·축협이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돌려주어야 한다.

남북협상의 인내와 여유가 농·축협통합에서는 예외가 되란 법이 없지 않은가. 농·축협,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보라. 정부든 국회든 마치 감기환자를 암환자로 오진하고 메스를 들이대는 것 같은 농·축협 강제통합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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