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체면 같은 것은 진작에 다 잊어버렸다』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이요, 시선이라 할 수 있는 체면같은 것은 떨쳐버리고 그림에만 오롯이 몰두했던 작가. 온갖 잡사(雜事)는 다 잊어버리고 『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뱉어 버리는 것』이라며 늘 「일곱살」의 심정으로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그림에 담았던 작가 장욱진(1917~1990).
15일부터 8월 5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 전시회는 이중섭, 박수근과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획을 그었던 대가의 그림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생전에 화가가 「매직 그림」이라 불렀던 색깔있는 종이그림은 스케치 북이나 갱지에 매직펜(매직 마커)으로 그린 그림들로 개인전(86년 국제화랑)에서 몇 점 선보인 적이 있을 뿐, 종이그림만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는 처음이다. 주로 70년대 후반 제작한 작품 100여점이 전시된다.
허술한 종이에 휘발성이 강한 굵직한 매직펜 그림은 금방 색이 깊이 스며들어 물감 마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화에 비해 값싼 그림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매직 그림은 장욱진의 작업에서 주요 장르중 하나로, 작품성과 완성도에서도 유화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8년 이상 장욱진의 집을 출입하며 그의 일대기를 쓰기도 했던 김형국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그의 창작정신은 노장적(老莊的)측면이 강해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바래고 닳아 없어지는 종이 그림을 즐겼을 것』이라면서 『장화백은 매직 그림을 유화 그림의 밑그림으로, 혹은 유화와 연장선에서 보았다』고 말했다.
장욱진은 그림 인심이 후해 주위 사람들에게 매직 그림을 많이 나누어 주었는데,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를 조심스럽게 보관해 온 벗들로부터 나온 것들이다. 나무 집 새 어린이 마을 가축 등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들을 모티프로 장욱진 특유의 심플한(Simple:화가의 전매특허 같은 말이 「나는 심플하다」였다)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술을 좋아했고, 아이를 좋아했고, 아내와의 사랑도 깊었던, 그리고 붓을 떼놓곤 그 어느 것도 떠올릴 수 없었던 작가의 투명한 마음씨가 흐르는 그림들이다.
▩특강 16, 23, 30일 오후 2시 ▩어린이 그림잔치 19일 오후 2시 ▩어린이 글잔치 26일 오후 2시 ▩토요음악회 24, 31일 오후 6시. 음악회만 빼곤 모두 무료. (02)734_6111
/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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