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씨. 『그나마 체면이 섰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 손벌리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게 대다수 공무원들이다』공무원 B씨. 『소신이 있었다면 끝까지 버텼어야지 이제와서 눈물을 흘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공무원 C씨. 『자기 혼자서 살려고 하는 짓 아니냐. 그럼 우리는 뭐가 되느냐』
경기 화성군청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李長德·40·민원계장)씨의 비망록이 공개된 6일 화성군청 공무원들의 반응은 이처럼 엇갈렸다. A씨는『동료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주위의 비난과 손가락질도 쏟아져 어디가서 화성군에 다닌다고 말하기 힘들었다』며 『이씨같은 공무원들이 대다수임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고민과 용기를 평가하는 부분에선 일반 시민들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펀드매니저라는 한 독자는 『이런 분도 있다는데 감동을 받았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PC통신상에서 통신인들도 『이씨같은 공무원만 있었더라면 우리나라가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는『일을 저질러 놓고 뒤늦게 회한의 눈물은 왜 흘리느냐』며 『소신이 있었다면 사정당국에 신고라도 해서 인·허가를 막았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덕씨의 비망록작성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C씨는 말을 아끼면서도 『조직사회가 그래서야 어떻게 돌아가겠느냐』며 『비망록 공개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더 떨어졌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 공무원은 『잘난 이씨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고 말을 잘랐다.
불법을 눈감아주라는 윗선의 압력에 6개월이상 시달리며 가슴앓이를 해온 이씨도 그들에게는 「뒷북치는 무소신파」「내부일을 고자질하는 미운 오리새끼」일 따름이었다.
/화성=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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