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까지 물리친 고구려가 과연 왜 망했을까? 원인은 내부 분열이다. 고구려의 절망(blues)은 거기에 있다.경기도립극단의 「고구려 부르스」는 강대 제국 고구려의 내분상을 극으로 재현한다. 중후한 주제에 걸맞는 풍성한 볼거리, 들을거리가 등장한다.
권력의 화신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죽이자, 유족이 도망가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후 연개소문의 세 아들이 반목하여, 마침내 당나라에 문을 따주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주전론자 남생(큰 아들), 권력욕의 화신 남건(둘째 아들), 주화론자 남산(막내 아들)의 다툼이 큰 줄기. 맨 마지막, 남생과 남건이 죽기로 싸우는 장면이 절정으로 배치돼 있다.
사실과 허구가 반반이다. 웅장한 평양성 내부가 사실적 무대라면, 영류왕의 유족이 숨어 살았다는 신궁은 작가 홍원기씨가 만들어 낸 완전한 허구.
한국적 아카펠라, 전쟁에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아낙들의 코러스 등은 사실주의적 색채에 환상을 부여한다. 극단측은 「리얼리즘적 총체극」이라 부르고 있다.
연출가 장용휘(39)씨는 『미·일·중에 포위된 한국의 통일은 반드시 우리민족의 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형제의 아귀다툼은 자주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이 극을 잘 읽은 사람은 오늘 날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9~13일 수원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 토 3·6시, 일 3시. (0331)230_3301~5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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