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위, 제대하면 무엇하고 살거야』 『그냥…』누군가 그 당시 나에게 앞날을 물어보았다면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젊은 날이었다. 나는 ROTC장교로 강원 홍천군에서 2년여간 군복무를 하였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힘들었지만 군생활을 참 열심히도 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술을 마시고 동료들과 장교숙소에서 트럼프를 치고 외출이라도 나가면 술에 당구, 전자오락, 여자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등 젊음만을 믿고 두려울 것없이 생활했다. 술을 마시고 밤을 새워 트럼프를 친 다음날 사단 구보측정에서 통과는 했으나 지쳐서 구토하는 모습을 여러 장병들에게 보이는 수모를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제대할 때가 다가왔다. 제대하던 날 대대장이 당부하는 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하든 주·색·잡기 중 하나는 꼭 빼. 메뚜기도 한 철이야. 세 가지를 다 겸비(?)하고 사회에 나가면 무척 고달픈 인생이 될거야』 나의 방탕한 군생활을 모두 지켜본 대대장의 가슴아픈 충고였다.
그 날 시외버스를 타고 양평가도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대대장의 말씀이 자꾸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주·색·잡기 중 차마 뺄 것이 없었으나 심사숙고 끝에 세 가지 중 잡기를 빼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술없는 세상은 인간관계가 너무 삭막할 것 같았고 색은 어차피 결혼을 해도 해당될 테니까.
그리고 그 결심을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잡기를 하지 않으니 술에 치우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그나마 덕분에 패가망신하는 일없이 대기업 사원에서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다시 늦게나마 하고 싶었던 만화를 그리며 원하는 대로 사는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인생의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제대날, 나에게 흘러가는 말로 충고해준 대대장의 말씀은 내 평생 잊지 못할 한 마디였다./진병팔·만화가·「한국아저씨 일본을 뒤집고 오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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