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군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수사과정에서 공개된 화성군청 이장덕계장의 비망록은 서슬푸른 사정구호아래서도 공무원비리가 조직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이계장은 꼼꼼하게 적어둔 비망록에서 『끝까지 씨랜드허가를 막았어야 했는데』 『차라리 과장이란 제도가 없어지면 어떨까』 『과장과 업주는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다』라는 등 공직자로서의 고뇌와 분노를 털어놨다. 여성으로서 가족의 신변위협까지 감내하면서 공직자의 본분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이계장의 고통이 곳곳에 배어있다.
공무원의 행정처리 잘못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절감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부정부패 사슬이 이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는 광복이후 50여년간 부정부패 척결이란 구호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아직도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연일 신문을 장식하는 것이 공무원 비리다. 최근에는 사정을 빌미로 오히려 뇌물액수만 커졌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국민의 정부들어서도 그토록 외치던 부정부패 척결이 구두선 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부정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행적인 상명하복에서 민주적인 관계로 바뀌지 않고서는 부정 비리소지가 사라지기 어렵다.
상·하급자 관계일지라도 부정한 행위나 부당한 결정에 대해서는 떳떳하게 항의하고 고발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우리 공직사회에도 이계장과 같은 양심적인 공무원은 많다. 부정과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감을 가진 공직자들이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공직자 또는 공직퇴직자는 업무와 관련해 알게된 부정이나 부패행위를 고발, 조사를 요구할 수 있고 고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내부고발자 보호법은 부패방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직비리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하여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풍토를 키워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은 커지고 감독은 허술한 상황에서 씨랜드와 같은 비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울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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