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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500km 미사일' 강력한 對北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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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500km 미사일' 강력한 對北카드

입력
199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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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2일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정거리 500㎞의 미사일을 개발하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측은 이 주장에 대해 즉답을 회피하고, 실무차원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한국의 미사일개발에 대한 기왕의 미국측 태도에 의거해 볼 때 미국은 500㎞ 사정거리의 미사일개발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대통령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주장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미국과의 합의에 의해 사정거리 180㎞ 이하의 미사일만을 개발할 수 있었고, 금년 4월 300㎞ 사정의 미사일개발에 대한 양해를 얻은 상태다. 현재 실전배치된 한국미사일 중 가장 사거리가 긴 「현무」의 사정거리가 바로 180㎞로 이는 북한의 미사일기지, 각종 주요 군사시설 및 영변 핵 의혹시설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설들을 거의 공격할 수 없는 미사일이다.

반면 북한은 한국의 어느 지역도 공격 가능한 미사일을 이미 실전 배치한지 오래되었고 현재 미국 본토까지 공격 가능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켜왔고 현재 한국은 전략무기의 측면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열세의 불균형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전략무기란 전투의 현장에서 직접 사용되는 무기라기보다 상대국 국가의 존립기반 그 자체를 공격하여, 붕괴시킴을 목적으로 하는 무기를 말한다.

전략무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나라는 전시나 평시를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강압외교, 공갈외교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전략무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북한은 지난 수년간 한국에 대해 군사적 위협과 공갈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왔다. 「서울 불바다론」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키 위한 한국의 억지력은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주한미군과 위기시 증원될 미국 군사력으로 충당되고 있다. 이같이 불균형한 남북한간 전략무기 상황은 북한으로 하여금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전략을 택할 수 있게 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에 대해 전략적인 위협을 가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는 한국과 거래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보유한 상대는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포함하는 500㎞ 사정의 한국미사일은 미국하고만 협상하면 그만이라는 북한의 전략에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을 때 북한은 한국을 더 이상 무시하거나 배제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미사일 사정거리를 500㎞로 늘이겠다는 주장은 바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인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500㎞ 사정의 미사일은 남북한간의 전략무기 불균형 상황도 상당히 해소시켜 줄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전략적으로 무시하는 한, 그리고 미국이 북한의 전략무기를 두려워해서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한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으로 좌우될 수도 있다. 한국도 전략적인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북한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정치적인 무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럴 능력도 있다.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확장은 미국이 말하듯 미사일 확산의 요인이 될 수도 없다. 표적이 북한으로 한정된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사정거리 500㎞의 미사일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우리가 보유해야 할 최소한의 전략무기인 것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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