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다비드 레비(62) 전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다시 중동 외교무대에 날아왔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차기 총리는 4일 새 정부의 부총리 겸 외무장관에 레비 전 외무장관을 지명하는 등 사실상 조각을 마무리했다.레비에게 외무장관직은 이번이 세번째. 이츠하크 샤미르와 벤야민 네탄야후 전총리의 「매파」 정부에서 유일한 비둘기 장관으로 중동 평화협상을 이끌었다. 당시 그는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철수 및 평화보장을 전제로 한 점령지구 반환 등 미국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도 『레비의 입장과 시각은 평화협상을 진전시킬 만한 것으로 고무적이다』라고 환영의사를 천명했다.
레비 역시 『정책은 총리가 결정하고 외무장관은 집행할 뿐』이라며 바라크 차기 총리의 평화 구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레비는 지난해 1월 네탄야후 전총리의 강경정책에 반발해 외무장관직을 사임한 뒤 바라크 차기 총리와 함께 하나의 이스라엘당을 결성,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레비의 지지기반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들로 구성된 동방유대인 계층으로 이들은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다. 모로코 태생인 그 자신이 건설노동자로 고생하다 72년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이들 동방유대인을 대변하며 의원직 7선에 성공했다.
레비는 그동안 외무장관 뿐 아니라 이민부 주택건설부 등 주요 각료직을 두루 거쳤으나 유럽계 유대인들로 구성된 권력층과 자주 충돌했으며 특히 네탄야후 총리 때는 6번이나 연정탈퇴를 선언했다.
레비는 프랑스어와 히브리어를 구사하지만 외무장관으로 영어를 못해 업무 수행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서방 언론의 지적도 있다. 또 좌우익 정권을 넘나드는 기회주의자, 정치적 카멜레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병찬기자 b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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