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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고정운, 적토마는 역시 적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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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고정운, 적토마는 역시 적토마

입력
199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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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식도(老馬識道)」라 했던가.돌아온 「적토마」고정운(33)은 축구명가 포항의 「노마」였다. 「노마식도」란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의미로 경험이 풍부해서 실무에 익숙한 사람이 일을 잘 처리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

「노마식도」는 한비자 설림편에 나오는 고사성어. 어느날 제나라의 국상 관중이 제한공을 따라 고죽국을 공격한 일이 있는데 봄에 떠난 군사들이 겨울에야 철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제나라 군사들이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곳에서 헤메게 되자 관중이 나서 『괜찮소, 늙은 말들이 우리를 안내해 줄것이오』라며 늙은 말들을 앞세워 고스란히 봄에 왔던 길을 찾아 무사히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다.

마치 포항이 길을 잃은 제나라 군사 같았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포항은 고정운과 백승철의 부상탓인지 프로축구 정규리그 들어 4연패(대한화재컵 포함 6연패)의 수렁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노마」고정운이 나타났다. 33세의 백전노장. 그러나 천안일화에서 뛰면서 93~95년 정규리그 3연패를 이끌어낸 「적토마」고정운은 「이기는 법」을 알았다.

지난해 11월 FA컵서 왼쪽무릎부상을 입어 재활훈련을 해오던 고정운은 팀의 맏형으로서 더이상 팀의 연패를 참을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 LG전서 후반 교체멤버로 그라운드에 나서 팀 사기를 돋운 고정운은 30일 현대전에선 이동국의 첫골을 어시스트하면서 포항의 6연패 사슬을 끊은 일등공신.

산전수전 다겪은 「노마」고정운은 그순간에도 잊지 않았다. 후배들이 가뭄에 단비 같은 첫승에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격할때 고정운은 애써 태연한체 하며 「6연패를 기억하자」라고 일침, 헤이해진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고정운의 독려덕분일까. 30일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천안일화와의 경기에서는 새까만 후배 「라이언 킹」이동국을 비롯한 포항의 선수들이 펄펄 날았고 연장접전끝에 고정운이 골든골을 터트리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적토마. 고정운은 팀이 연패의 위기에 처해있을때 후배들을 독려, 건곤일척의 포항을 수렁에서 건져내며 연승으로 이끈 포항의 「노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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