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 2조8,000억원의 책임을, 대우엔 삼성차 부산공장 인수를」정부의 삼성차 처리방향이 사실상 확정됐다. 대원칙은 첫째, 삼성은 생명상장과 관계없이 2조8,000억원을 갹출해야한다는 것, 둘째 부산공장은 결코 폐쇄(스크랩)하지 않고 조기가동한다는 것, 셋째 자동차 부산공장을 가급적 대우로 넘긴다는 것이다. 일견 간단명료해 보이지만 당사자인 삼성과 대우, 채권단으로선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해법이다.
◆2조8,000억원 어떻게 마련하나
상장이 유보된 상태에서 2조8,000억원의 출연방법에 대해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생명주식 400만주를 일반투자자에게 장외매각하거나 삼성그룹 타계열사들이 인수하거나, 그래도 2조8,000억원에 부족하면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추가로 사재출연를 하는등 3개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그룹 타계열사들이 생명주식을 사는 것. 삼성으로선 오너의 사재를 더 털어넣지 않으려면 무조건 주당 70만원이상 가격은 받아야 하는데 값을 가장 후하게 줄 수 있는 곳은 자기 계열사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생명주식의 타계열사 인수에 대해 「불가」입장을 밝혔던 정부도 생명상장이 유보되면서 이같은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열사 인수방식에는 몇가지 심각한 장애물이 있다. 우선 삼성생명과 상호출자관계가 형성되는 계열사는 제외되어야 하는데, 그룹내에서 삼성생명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인수후보 계열사는 몇 되지 않는다.
둘째, 자산평가결과 삼성생명 주식가치가 70만원에 미달하는데도 계열사들이 70만원에 「고가(高價)인수」한다면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짙어진다.
이 경우 인수회사의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살 소지가 크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이런 문제는 삼성내부의 문제로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만약 삼성이 주당 70만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회장은 부동산을 팔든, 알짜 상장사주식을 내놓든, 사재를 더 쏟아붓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부산공장 처리
부산민심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에 의해 부산공장을 「고철화」시키지 않고 제3자에게 넘긴다는 방침, 그리고 그 대상은 현실적으로 대우밖에 없다는 방침은 정해졌다.
문제는 대우의 인수여력이다. 현찰이 한푼도 들지 않는 「빅딜」이라면 모를까 삼성이 2조8,000억원을 쏟아부어 자동차를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로 만들면 대우는 현찰을 내고 부산공장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대우가 별 쓸모도 없는 SM5 라인을 굳이 생돈을 내고 인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우가 인수를 거부하고, 원매자를 찾지 못한다면 삼성차문제는 경제논리와 정치논리가 뒤엉켰던 「기아차」의 전철을 밟아 장기화할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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