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소설의 문을 연 작품이다. 리얼리즘에 바탕한 19세기 소설과는 판이한, 이른바 「의식의 흐름」을 좇아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이 소설.「20세기 소설의 혁명」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점」이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이다. 프루스트는 『내 작품 재료는 나 자신의 과거로 이루어져있다』면서 의식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긴 채 사망하기까지 15년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썼다.소설 1부 「스완네 집 쪽으로」는 저 유명한 마들렌느 과자를 먹는 장면. 천식의 고통 속에서 고독만을 벗삼아 칩거의 나날을 보내던 마르셀은 내면으로의 침잠을 통해 자신의 삶의 진실을 찾아간다.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사교계의 신비로운 인물들과 해변을 꽃피우던 눈부신 소녀들을 찾아 그들의 고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끝내 잘 자라는 다정한 말 한 마디와 정겨운 입맞춤을 해주지 않는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르셀은 집을 나선다.길 한쪽은 욕망이 깃들어있는 스완의 집으로, 다른 한쪽은 타락이 잠재해있는 게르망트 백작의 집으로 이어진다….
19세기부터 1차대전 직후까지 3세대에 걸쳐 500여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며 과거를 복원해낸 이 작품은 이전의 소설처럼 연대기도, 한 인간의 편력기도 아니었다. 프루스트의 작업은 온전히 자신의 의식만으로 삶을 되살려보려는 예술적 노력이었다. 그 감각을 살려 전하기 위해 그는 무려 518개의 단어로 한 문장을 쓰면서 도무지 붙잡을 수 없을 것같은 시간의 자락을 붙들려 했다. 그 누구도 붙잡아본 적 없는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카프카의 작품들로 이어졌고 현대문학의 우뚝한 흐름이 되었다.
방대한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지난해에야 김창석(76)씨에 의해 30년만에 완역돼 12권으로 출간됐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만화가 스테판 외에가 대중에게 이 작품을 친숙하게 한다는 의도로 만화로 출간, 국내에서도 번역됐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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