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5일 국회 보이콧결정까지 내리면서 특별검사제 관철투쟁에 나선 것은 여권에 대한 고강도 압박전술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총재단·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정부·여당이 단일안을 내놓을 때까지 국회일정을 중단키로 결정했다.이회창(李會昌)총재는 회의에서 『총리의 국회발언은 의원 개개인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입장표명』이라며 『대통령이 총재인 당이 총리답변을 엎어버리는 상황이라면 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오후들어 공동여당의 단일안이 나온 뒤에도 기존의 「전면 특검제 + 2대 의혹사건 국정조사」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국회 보이콧과 공동여당 단일안 수용불가 등 일련의 의사결정은 이총재가 직접 내렸다는 전언이다. 이총재는 무엇보다 특검제에 관한한 야당이 명분상 우위를 점하고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여론의 동향은 물론 구(舊) 야권성향의 시민단체까지 특검제 전면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마당에, 손에 든 떡을 놓는 우를 범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리면에서도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결정은 당장 공동여당의 간극을 벌리는 등 「효험」을 나타냈다. 국회공전 사태보고를 받은 김총리가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대행을 겨냥, 불같이 화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깨소금 맛」 표정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한나라당으로선 대여공세의 끈을 쉬 늦출 이유가 없게 됐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여권 단일안이 턱도 없는 수준이지만 기왕에 가져왔으니 협상은 하겠다』면서 『어차피 지구전 양상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느긋해 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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