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렬된 차관급회담 어떻게 되나 -2차 차관급회담이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뒤로한 채 결국 결렬됐다. 차기회담 일정조차 잡지못한 상황은 외견상 지난 1차회담때보다도 더욱 악화했다.
북측 박영수(朴英洙)단장은 3일 회담의 결렬책임을 남으로 돌리는 기자회견에서 『남측 현정권도 문민정권 신세를 면치 못할 것』 『남측대표단이 …「뺑소니」』라는 등의 극단적 표현까지 불사했다.
이같이 국면이 꽁꽁 얼어붙은 것은 북측이 들고나온 「선(先)비료지원, 후(後)이산가족 논의」라는 구도가 「이산가족논의 진전후 비료지원」이라는 우리측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 더구나 양측 모두 양보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이미 비료 15만톤(적십자지원분 5만톤포함)을 선지원한 남측은 서해사태 등을 거치면서 엄격한 상호주의로 입장을 수정, 더이상 선지원 명분이 없는 형편이다.
북측도 서해사태라는 충격적 패배로 이산가족문제에 관해 선뜻 손을 내밀 처지가 못된다. 이 때문에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변화가 있어야 차기 회담개최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같은 배경으로만 보자면 냉각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이 우선 자존심과 강성대국의 슬로건을 지키는 정치적 요인을 중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측이 이산가족문제 해결방안을 준비하지 않고, 박단장이 회담내내 이산가족 해결방안과 비료지원 문제에 관한 사안을 숙지하지 못해 파일을 꺼내보았던 「무성의」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냉각기가 의외로 짧을 수 있다는 분석의 근거도 꽤 있다. 박단장은 3일 『차관급 회담은 결렬상태로 치닫고 있다』면서 「미련」을 보였고 북측관계자들도 『비료가 꼭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번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북측이 서해사태 정리의 고비가 될 이달 8일 김일성(金日成)추도일 직후 3차 회담의 새로운 전략을 준비할 수도 있다. 비료 10만톤의 수송기간이 보름이라는 점을 감안, 북측이 이달 15일쯤에도 합의를 보겠다는 판단을 하고 협상장으로 걸어나올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남측이 제의한 10일께 3차 회담이 재개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3차 회담이 열린다해도 우리로서는 더이상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북측의 태도변화가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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