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고민인「인종 갈등」문제가 연쇄살인사건으로 다시 불거졌다.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4월 광범위한 인종혐오 방지법 제정을 추진하는등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비슷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밤 시카고에서는 한 백인 청년이 북부 교외지역을 돌아다니며 유대인과 흑인, 아시아계 주민들에게 총기를 난사, 흑인 한 명이 숨지고 유대인 6명이 부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자동차를 탄 20대후반의 백인 청년이 2일 저녁 8시20분께부터 15분여 동안 유대인 주거지역인 로저스 파크의 5곳에서 광란의 난사극을 벌였다. 그는 안식일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유대인에게 22구경 캐리버총과 380 캐리버 반자동소총을 난사, 15세 소년등 2명이 크게 다치고 4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모두 정통 유대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범인은 이어 8시52분께 인근 스코키에 나타나 두 자녀와 함께 귀가하던 리키 버드송(43·전 노스웨스턴대학 농구코치)에게 총을 발사했다. 버드송은 곧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 숨졌다. 범인은 이어 30여분뒤인 9시20분께 스코키에서 13㎞가량 떨어진 노스브룩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던 아시아계 부부에게 총을 쏘았으나, 빗나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총기난사 사건들이 모두 파란색 토러스를 탄 동일인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몽타주를 작성해 전국에 배포하는등 검거에 나섰지만 아직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인종혐오사건로 결론내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회문제화를 의식한듯 인종혐오사건으로 보길 꺼려하고 있다. 시카고 경찰의 팻 캠든 대변인은 『이 사건이 인종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인종혐오 범죄의 요소가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발생한 범죄중 약 8,000건이 인종혐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은 학교의 교육프로그램등을 통해 인종혐오범죄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의회에 소수인종에 대한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의회는 아직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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