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과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2일 워싱턴에서 가진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최근의 한반도 안보 정세가 중점 논의된 자리였다.서해교전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재개 징후등 일련의 불안정 요인이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두 정상이 대북정책에 대한 공조틀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강행할 경우 한미양국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대북 포용정책이 강력한 여론의 저항에 부딪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를 사전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각각 앞둔 양국의 국내정치 환경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적 움직임을 억지하기 위한 선택카드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강행은 그 즉시 북미, 한미관계의 냉각을 부르고, 동북아 전체의 안보환경을 악화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기도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만한 구체적 대응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은 이미 북한에 대해 「중대한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당장 대북 중유공급 중단과 북미관계 정상화안을 담은 페리보고서의 수정, 10억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경수로 분담금 지원 중지등의 조치가 거론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경고가 북한에 먹힌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못활 경우가 문제다.
이런 와중에서 김대통령이 한국의 미사일 연구개발과 시험발사 가능 범위를 500㎞로 연장해줄 것을 공식 제기해 주목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북 견제차원에서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자위적 대응수단을 구체화하는 대안중 하나로 풀이된다.
한국은 벌써부터 국토의 전 지역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에 노출돼 있다. 반면 한국은 평양근방에 겨우 도달할 수 있는 300㎞ 사거리의 미사일만을 개발 보유하게 되어있다. 이역시 한미양국이 원칙적인 이해를 공유하고 있을 뿐 공식적으로 매듭을 본 사항도 아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계획이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사일 연구개발과 생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사전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등 회의적인 입장인 듯하다.
그러나 미국도 북한미사일에 대한 효과적인 저지수단을 찾지 못하면서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미사일 통제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군사적 예속」을 강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 이러한 비판이 나오게 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보다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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