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방미 이틀째인 3일 워싱턴에서 필라델피아로 옮겨 서재필기념관 방문,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에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수상식에 참석했다.◆자유메달 수상식
행사는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서를 채택한 미국독립의 성지(聖地)인 독립기념관 옥외광장에서 장엄한 의식으로 치러졌다. 김대통령이 필라델피아협회 에이버리회장의 영접을 받아 단상에 입장한 뒤 의장대와 고적대 행진, 양국국가 연주, 공군기의 축하비행 등이 이어졌다.
김대통령은 에드워드 렌델 필라델피아시장으로부터 자유메달을 받고 영어로 수상연설을 했다. 김대통령은 『날씨가 너무 더워 아무도 긴 연설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서두를 꺼내 폭소를 자아낸 뒤 『여러분이 내게 선물을 주었으니 나도 짧은 연설을 선물로 주겠다.
그러나 관심있는 분은 복사원본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대통령은 『민주화를 위한 고난의 세월동안 미국의 끊임없는 지원을 받았고 두 번이나 목숨을 구했다』며 『미국이 살리려한 것은 나 개인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의 가치였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은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88년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이 지역 시민단체와 실업계 지도자들이 주도해 만들어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상자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대통령, 바츨라프 하벨 체코대통령,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 국경없는 의사회, 후세인 전 요르단국왕,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총리, CNN방송 등이다. 한편 김대통령은 자유메달 부상으로 받은 10만달러를 아태지도자회의의 기금으로 기부했다.
◆자유메달 수상 기념만찬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3일 저녁(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워너메이커 빌딩에서 자유메달 수상 기념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는 렌델 필라델피아시장과 마틴 마이어스 자유메달 선정위원장 등 필라델피아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수상 만찬에는 통상 50여명 정도가 참석했으나 이날 만찬에는 희망자가 대거 몰려 좌석을 650석으로 늘렸다.
김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이번 자유메달 수상은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국으로서 모범이 되기를 바라는 격려』라고 말했다.
한편 만찬에서는 인동초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김대통령의 영상기록물이 방영됐다. 이 방영물은 출생에서부터 수감과 납치 등의 정치역정과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8분간 소상히 소개했다.
◆필라델피아 도착
김대통령 내외가 3일 오전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 토머스 폴리에타 주 이탈리아미국대사가 영접해 눈길을 끌었다. 폴리에타대사는 85년 김대통령이 미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 신변안전을 염려해 한국에 함께 왔던 인물이며 김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서재필 기념관 방문
김대통령 내외는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곧바로 인근 미디어시에 있는 서재필(徐載弼)기념관을 방문했다. 이 건물은 고 서재필박사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살았던 한적한 숲속의 2층짜리 조그만 목조건물로 현재는 서박사 유품과 기념사진 등을 전시해놓고 있다.
김대통령은 방명록에 「선각자는 영생합니다」라고 적은뒤 「1990년7월3일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서명했다.
◆동포간담회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만찬에 앞서 숙소인 포 시즌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미국 망명시절 필라델피아와의 인연, 수상소회를 밝혔다.
김대통령은 사형언도, 3당합당 때를 상기하며 『모든 것을 다 바쳐도 국민을 배반할 수는 없었다』면서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또 죽은 뒤에도 국민 지지를 받고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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